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과의 접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혁신하라, 아니면 죽든지.”(엄태영 의원) “투쟁만으로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김대식 의원)
16일 국민의힘에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에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12·3 불법계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지방선거 공천 규정(룰) 등에서 외연 확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선 의원 공부모임 ‘대안과책임’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쇄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아 일부 의원들과 사과 성명서 발표를 주도한 바 있다.
발제자로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금 민심은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은 못 믿겠다, 불안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더 못 믿겠다,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의힘의) 현실 인식이 민심과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지도부가 공천 권한을 내려놓고 전국 선거구에 따라 경선 룰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영남권에 가면 ‘계몽령’ 같은 입장이 많다. 국민의힘은 당 헤게모니를 영남이 갖고 있으니 영남의원들이 그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남 정당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마련한 ‘당심 70% 대 여론조사 30%’ 경선 룰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재선 이성권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민주당의 사법 장악, 의회 독재에 실망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더 큰 잘못과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공통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주 중 논의 내용을 지방선거총괄기획단과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초선 모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초선 모임 대표를 지낸 김대식 의원은 이임사에서 “강한 투사도 필요하지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길을 제시하는 전략이 더 요구되는 시기”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접견하고 “특검이나 사법 리스크의 칼날도 어느 정도 걷혀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민생으로 들어가고 국민께 더 공감 얻을 수 있는 국민의힘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장 대표는 “저는 작년 12·3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 18명 중 한 명”이라며 “계엄에 대한 제 입장은 그것으로 충분히 갈음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 일각에는 장 대표의 쇄신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기류도 여전하다. 한 재선 의원은 “장 대표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게 한참 되지 않았나”라며 “정치적 체급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윤어게인’의 지지를 구했는데, 지금 와서 발을 빼는 데 대한 불안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의원은 “장 대표가 그동안 지나친 주장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유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