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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 기업과 정부의 AI 투자 의지는 지속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유동성 개선 요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초보 운전자는 바로 앞의 유동성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 본격적인 민간 레버리지 확대가 견인하는 투자가 진행되는 시기이다.

결국 투자가 멈추지 않는 구간에서 반도체와 AI 투자 생태계와 관련 있는 한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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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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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기엔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입력 2025.12.16 20:06

수정 2025.12.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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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지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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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가 떠오른다. 사이드미러를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액셀을 밟았다. 빨리 달리는 것 같았는데, 뒤차는 경적을 울리며 추월했고 옆 차선의 차들도 내 차를 스쳐 지나간다.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추면 긴장한 탓에 식은땀까지 흐른다. 용기 내서 고속도로를 탈라치면 톨게이트를 지나치기 마련이고, ‘이러다 집에 언제 가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는 초보 운전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제 운전은 능숙하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지만 그래도 스스로 대략 어디로 가서 어떻게 갈지 그림을 그리고 출발한다. 고속도로에서도 속도감이 두렵지 않다. 가본 길이라 침착하게 톨게이트를 나가고 들어간다. 초보와의 가장 큰 차이는 ‘시야’이다. 초보는 바로 앞만 보고 가지만, 숙련자의 시선은 저 멀리 향하고 또 주변 표지판의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다음 해를 묻는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래를 알고 싶어 했다. 종교의 시대를 거쳐 과학의 시대가 열리자, 인간은 과거에서 미래를 찾기 시작했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예외적인 사건은 그리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미래는 주기적이지만은 않았다. 수학적 모델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금융시장은 버블과 붕괴를 반복해왔고, 모든 사건은 서로 영향을 주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미래를 읽어내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미래를 예민한 후각으로 잡아내는 것이다.

초보의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노련한 운전자가 되어보자. 이미 진행되는 미래를 보면, 그리 두렵지 않다. 2025년 코스피는 글로벌 선두에서 달려갔다. 상반기는 거버넌스 개혁의 힘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올라갔고, 하반기엔 반도체 기업의 이익 개선에 힘입어 코스피가 약진했다. 코스피가 더 오를 수 있을까. 주가가 더 오르려면 상반기 상승을 이끌었던 PER 재평가가 재현되거나, 하반기 상승을 이끌었던 이익 개선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 된다.

국내외 모멘텀에 힘입어 PER 재평가는 이어질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뚜렷하다. 가계 자산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려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은 규제하고 주식 투자에는 당근을 내놓고 있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미 진행됐고 이제 자본시장법도 개정하려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촉매제가 출현한다. 내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선진국 지수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원화의 약세다. 이미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가 무역수지 규모를 넘어섰고, 기업 역시 해외 투자 확대를 위해 달러를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는 요원하다. 결국 내국인이 내보낸 달러만큼 외국인에 의해 달러가 들어와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원화는 그에 걸맞은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로 인해 외환 규제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을 막기 위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MSCI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MSCI선진국 지수 관찰 대상국이 되는 것만으로도 선진국형 자금 유입에 의한 PER 재평가 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하반기 상승을 이끈 이익 성장세도 가속화되고 있다. 2026년 코스피200 기업 중 추정치를 보유한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45%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2025년 대비 상향되고 있다.

미디어에 넘쳐나는 버블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규모가 지나치고, 결국 수익화하지 못해 버블이 붕괴할 거란 우려는 너무 앞서갔다.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 기업과 정부의 AI 투자 의지는 지속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유동성 개선 요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초보 운전자는 바로 앞의 유동성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 본격적인 민간 레버리지 확대가 견인하는 투자가 진행되는 시기이다. 결국 투자가 멈추지 않는 구간에서 반도체와 AI 투자 생태계와 관련 있는 한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다.

올해 고속도로를 편하게 달렸던 운전자라면 이제 톨게이트를 지나 멋진 산봉우리가 보이는 내년을 향해 운전해가야 한다. 높이 올라선 산길은 울퉁불퉁하다. 운전대를 잡고 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 다행히 연료통은 가득 차 있고 날이 저물기엔 아직 시간도 넉넉하다. 급격한 주가 상승은 부담이 되지만 여전히 정책의 힘이 작동하고 있고 이익 개선세도 가파르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예측도 가능하다. 이제 운전대를 잡고, 시선은 바로 앞이 아닌 저 위로 향하자.

윤지호 경제평론가

윤지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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