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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고객 3370만명의 이름·주소·전화번호를 유출한 쿠팡을 둘러싸고 손해배상 소송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무단 제공' 배상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 운영 기업 메타는 미국 이용자들과의 집단소송에선 7억2500만달러에 이르는 배상금에 2022년 합의했다.

올해 2월,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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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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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조원, 한국 0원···'집단소송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2025.12.17 06:01

수정 2025.12.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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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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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밥도둑] 미국 1조원, 한국 0원···'집단소송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조원과 0원.

고객 3370만명의 이름·주소·전화번호를 유출한 쿠팡을 둘러싸고 손해배상 소송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무단 제공’ 배상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제3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이용자 본인은 물론 그 사람의 친구들 정보까지 제공하는 플랫폼 구조를 갖고 있었고, 이 사실이 2018년 공개됐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행렬이 이어졌다.

수년 후 소송 결과는 한국과 미국에서 극과 극으로 갈렸다. 페이스북 운영 기업 메타는 미국 이용자들과의 집단소송에선 7억2500만달러(약 1조원)에 이르는 배상금에 2022년 합의했다. 올해 2월,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페이스북에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국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 배경에는 개별 이용자가 기업의 위법 행위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한국의 민사 손해배상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을 둘러싼 ‘양갈래 판결’은 쿠팡 손해배상 소송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메타에 1조원대 타격, 실효적 ‘소비자 행동’

“페이스북 프로필 5000만개를 수확(harvested)했다.”

페이스북의 친구 정보 무단 제공 사건은 7년 전 영국에 본사를 둔 정치컨설팅 회사 직원의 내부 고발로 시작됐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서 일했던 크리스 와일리는 2018년 영국 언론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에서 CA가 수천만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확보해 2016년 미국 대선에 활용했다고 폭로했다. 와일리에 따르면 CA는 페이스북 정보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불안, 분노, 공포를 자극하는 심리전을 펼쳤다.

불똥은 페이스북으로 옮겨붙었다. 본인 동의 없는 정보가 무단 제공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한 주체는 페이스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외부 개발자에게 ‘그래프’(Graph)라는 이름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해왔는데, 이 API를 이용하면 제3의 앱이 페이스북 이용자는 물론 그 사람의 친구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었다. 본인 정보는 형식적 동의 절차라도 거쳤지만, 친구 정보는 친구 본인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집단소송을 잇따라 시작했다. 메타는 법적 책임을 부인하면서도 2022년 1조원대(7억2500만달러) 배상액에 합의했고 올해 9월부터 지급이 시작됐다. 2007년 5월~2022년 12월 사이에 페이스북 가입 중이던 미국 이용자라면 평균 29달러(약 4만3000원·최소 1800만명)의 배상액을 받을 수 있다. 개별 배상액은 높지 않지만 메타에 1조원대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선 실효성 있는 ‘소비자 행동’이었다. 메타는 이와 별도로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50억달러(약 6조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쿠팡 사태 계기 “집단소송 도입” 목소리 확산

문제는 한국의 경우다. 2020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 중 최소 33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과징금 67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민사 손해배상 판결은 달랐다.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 187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는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별 원고들의 정보 유출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원고 A씨의 정보가 어떤 앱에 무단 제공됐는지를 A씨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이를 밝히기 위해 메타에 관련 증거 제출을 요청했지만 메타는 회피했다. 메타의 ‘제출 거부’는 항소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 양국에서의 ‘극과 극’ 소송 결과를 두고 ‘집단소송’이 결과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집단소송을 일컫는 ‘클래스 액션’에서는 별도 의사 표현이 없는 한 피해자들이 하나의 집단(클래스)에 소속된다. 소송은 ‘피해 집단’ 대 ‘기업’으로 진행되며 쟁점은 기업이 해당 집단에 손해를 끼쳤는지에 모아진다. 개별 소비자는 자신의 손해를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원고들이 요구하는 증거를 기업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의 힘도 컸다. 미국 피해자들은 이 절차로 메타 내부 e메일 등을 확보해,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법정에 서도록 압박했다. 1조원대 배상 합의는 저커버그의 법원 출석 일정이 임박한 시점에 도출됐다.

한국에서도 쿠팡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비영리 단체가 주도할 수 있는 단체소송 범위에 ‘손해 배상’을 추가함으로써 집단소송에 준하는 절차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피해 당사자 대다수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옵트아웃(별도 의사표시 없는 한 소송 자동 참여)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개인정보 침해와 같이 ‘소액 다수’를 특징으로 하는 사건에선 ‘옵트아웃’을 기본으로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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