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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본회의 상정 직전에 막혀 2주째 계류 중인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약 도매업을 겸업하면서 자사 도매상에서 판매하는 약을 우선 구매하도록 약국에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으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혁신 저해'라는 비대면 플랫폼 업계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소속된 국회 유니콘팜은 '약사법 개정안 벤처업계에 의견을 묻다'라는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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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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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 외면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법안 논쟁···업계 논리에 갇힌 국회

입력 2025.12.17 17:12

  • 이혜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약 도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 약국이 모인 종로5가 인근 약국 밀집 지역이다. 이준헌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약 도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 약국이 모인 종로5가 인근 약국 밀집 지역이다. 이준헌 기자

본회의 상정 직전에 막혀 2주째 계류 중인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약 도매업을 겸업하면서 자사 도매상에서 판매하는 약을 우선 구매하도록 약국에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으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혁신 저해’라는 비대면 플랫폼 업계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비대면 플랫폼 업계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을 환자들에게 과잉처방하도록 한 부정 사례들이 이미 발생한 것을 보면, 환자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국회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2일 본회의 상정 직전 안건에서 제외된 후로 계속해서 보류 중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며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무난히 통과했으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일부 의원과 벤처업계의 반대로 인해 본회의 안건에서 제외됐다. 이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의사·약사 단체와 환자단체까지 나서서 모두 한 목소리로 통과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산자위 중심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여전히 법안 상정이 가로막혀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실상 비대면 플랫폼의 도매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가져오라는 질타를 받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지난 1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소속된 국회 유니콘팜은 ‘약사법 개정안 벤처업계에 의견을 묻다’라는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유니콘팜은 스타트업·벤처기업 산업 육성을 목표로 여야 의원 일부가 참여하는 초당적 모임이다. 토론회에는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 과장에게 현행 약사법 개정안이 아닌 대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오늘 세미나는 10명의 유니콘팜 의원들이 공동으로 개최했지만, 복지부가 (스타트업 등 업계가 개진한)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다음엔 20명 의원을 모아 세미나를 하겠다. 그래도 부족하면 30명을 모아 논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벤처업계와 일부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을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고 부르며 산업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랫폼의 약 도매상 겸업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한다고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복지부 측은 “플랫폼이 도매상을 겸업할 경우 환자의 의학적 필요에 따른 의약품 선택이 아니라 도매상이 취급하는 의약품 중심으로 노출·유통이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약품 선택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영업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원격의료 플랫폼이 의도적으로 과잉 약 처방을 유도해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돈글로벌(Done Global)이라는 원격진료 회사는 애더럴을 비롯한 ADHD 치료제가 부적절하게 과잉 처방되게 한 혐의로 지난 11월 연방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원격 진료를 하는 의료진들이 최대한 많은 ADHD 치료제를 처방하게끔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이용하는 의료진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다. 초기 상담 시간을 일반적인 정신과 검사 시간의 절반 이하로 하도록 설정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대면하지 않아도 이메일을 통해 처방전이 자동으로 리필되게끔 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환자가 많은 약을 처방받을수록 매출규모가 늘어 돈글로벌의 매출 규모가 늘어나는 구조였기에 발생한 일이다.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플랫폼이 도매상을 겸업해 특정 의약품 매출이 수익과 직결되면, 의약품에 대한 마케팅을 하거나 의사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 및 플랫폼 노출 등으로 이득을 주면서 과다 처방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이는 환자의 건강과 나아가 생명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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