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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9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고구려·발해 등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하지 않냐. 고대 역사 연구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지 않나"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재야사학자 얘기인 것 같은데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근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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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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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는 위서’ 답변 기대했다?···대통령은 왜 논쟁을 꺼냈을까

입력 2025.12.18 07:00

수정 2025.12.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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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광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점(사실들):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는 질문

선(맥락들): 검증 안 되는데…유사역사학 열풍에 유행

면(관점들): 뉴라이트처럼 “열등감의 표출일 뿐”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가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9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고구려·발해 등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달 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서도 재차 유감을 표했는데요. 대통령이 역사 왜곡에 적극 대응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역사에 관심을 보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뿐이 아닌데요. 신라사는 박정희·박근혜, 백제는 김대중, 고구려는 노태우, 가야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하나쯤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위서 ‘환단고기’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어떤 책이길래 그럴까요?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는 질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환단고기 추종자) 논쟁이 있지 않느냐”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하지 않냐. 고대 역사 연구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지 않나”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재야사학자 얘기인 것 같은데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근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는 즉각 이재명 대통령이 유사역사학을 신봉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이 위서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자체부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대통령실은 환단고기에 동의하거나 연구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뉴라이트 성향 박지향 이사장의 역사관에 대한 질문이었을 것”(김준혁 의원), “(환단고기는) 위서라는 답을 기대했을 것”(모경종 의원)이라는 옹호가 나왔습니다.

한국역사연구회 등이 2017년 10월 ‘환단고기류’ 등 위서를 활용햐는 유사역사학의 실체를 밝힌다며 마련한 ‘한국사회의 파시즘, 유사역사’〉전시회 전단이다. 소명출판 제공

한국역사연구회 등이 2017년 10월 ‘환단고기류’ 등 위서를 활용햐는 유사역사학의 실체를 밝힌다며 마련한 ‘한국사회의 파시즘, 유사역사’〉전시회 전단이다. 소명출판 제공

선(맥락들): 검증 안 되는데…유사역사학 열풍에 유행

논란의 환단고기는 종교인 이유립이 1979년에 출간한 책입니다. 이유립은 이 책이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개별 책 4권을 독립운동가 계연수가 1911년 묶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단군 이전 환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했고, 환국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에 걸쳐 있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사료 비판과 검증을 통해 위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적으로 최소 기원전 7197년부터 고려시대까지를 다뤘다면 ‘엄청난 기록’이어야 하는데 그 내용이 근대 이전까지 다른 역사서에서 교차검증 되지 않습니다. ‘인류’, ‘문화’, ‘국가’ 등 근대식 한자어가 근대적 의미로 사용된 점도 후대에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요. 무엇보다 문헌사학과 함께 역사학의 양대 축인 고고학에서 환단고기를 입증할 만한 유물이나 유적이 발굴된 바가 없습니다.

환단고기가 발간된 1979년은 유사역사학이 태동하던 때였습니다. 기경량 가톨릭대 교수의 저서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에 따르면 1973년 박정희 정권이 ‘올바른 국가관 확립’을 이유로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서 역사교육이 획일적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기존 사학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우리 역사 바로알기’ 등의 명목으로 유사역사학이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월16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경향신문 DB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월16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경향신문 DB

면(관점들): 뉴라이트처럼 “열등감의 표출일 뿐”

결과는 왜곡됐지만 당시 권력에 의한 역사왜곡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부터 경주 고분 발굴 등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유신정권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내세운 ‘민족 주체성’·‘정통성 회복’이란 이데올로기의 포장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신라 화랑도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심 등을 반공·산업화 시대의 이데올로기로 강조하고자 했다는 겁니다.

역사가 정치권에서 다시 논쟁의 대상이 된 건 2000년대 뉴라이트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뉴라이트는 당시 ‘새로운 보수’를 주장하며 나온 보수 연구자 단체와 정치 움직임을 통칭하는 용어인데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전후로 역사 교과서 수정 작업을 주도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재평가와 식민지 근대화론을 내세운 것이 특징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추진했던 국정교과서에는 뉴라이트 성향 역사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는데요. 조선 후기 경제·사회상 변화를 생략해 ‘일제강점기 때부터 근대화가 시작됐다’는 뉴라이트적 인식을 뒷받침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뉴라이트 학자들은 윤석열 정부 당시 주요 역사·교육 기관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뉴라이트 인사는 역사기관 25곳에서 요직을 차지했는데요.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환단고기 질문을 받은 박지향 이사장도 관련 학회 등에 참석했던 뉴라이트 기관장으로 분류됐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만 못하다”고 말해 논란을 샀고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16일 “민족적 열등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상상력으로 자기 만족했던 (역)사관이 환빠”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두 주장 모두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데요. 차이는 우리 역사와 선조들의 행적을 과장(환단고기)하느냐, 폄훼(뉴라이트)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뉴라이트 인사들에게 둘러싸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불법계엄으로 정권을 끝맺었습니다. 역사의 교훈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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