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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살리는 힘, 물

입력 2025.12.18 20:15

수정 2025.12.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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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가 차오르는 모습.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간조에서 만조까지 6시간 전후로 깨끗한 물이 1m가 넘게 차오른다. 2026년에는 물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누군가에게 간절히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레나

용천수가 차오르는 모습.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간조에서 만조까지 6시간 전후로 깨끗한 물이 1m가 넘게 차오른다. 2026년에는 물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누군가에게 간절히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레나

세밑에 서서 2025년을 돌이켜본다. 신년부터 탄핵과 관련해 정치권이 어지러웠고, 2024년 12월부터 이어진 정치적 사태들로 봄을 봄답지 못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여름에 조기 대선을 치렀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청문회와 폭로가 피곤하기도 했지만, 문화 면에서 기쁜 일들이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국을 찾는 해외 방문객들이 많아졌다. 여전히 이어지는 고민들도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도 걱정스럽고,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고층빌딩이 세워지기로 결정이 난다면, 소중한 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이 망가지게 될까봐 속상하다. 새해에는 모든 게 순리대로,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읽다가 노자의 상선약수가 머리를 스쳤다.

어째서 노자는 최고의 선(善)을 물이라고 했을까. 노자는 물을 이롭지만 다투지 않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형태가 없으나 모든 형태를 담고, 부드럽지만 가장 강하기에 물을 최고의 선으로 보았다.

물은 만물을 살리는 존재로, 억지로 선해지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이롭고 세계를 살리는 근원이다. 노자의 가르침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걱정하는 일들도 잘 흘러가지 않을까.

제주 해안 몇 군데에서는 용천수가 나온다. 제주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기에 빗물이 강이나 호수에 고이지 않고 땅속으로 스민다. 스며든 빗물이 거대한 지하수를 만들고, 지하수는 해안이나 낮은 지점에서 솟아난다. 바닷가 바로 근처에서 깨끗한 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사람들은 그 언저리에 돌을 쌓아 식수로, 몸을 씻는 물로 사용한다.

멍하니 서서 조그만 구멍에서 솟아오르는 깨끗한 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은 어떻게든 인간이 살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연을 인간은 알뜰하게도 이용해왔다.

이제는 자연이 주는 가르침대로 나의 공적을, 나의 치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의 방향을 전환해봐도 좋지 않을까.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기보다는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에 서기보다는 아래를 받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새해에는 순리대로, 복잡한 문제들이나 어려운 일들도 옳은 방향으로 풀려나갈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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