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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재래식 언론’ 유감

입력 2025.12.21 19:51

수정 2025.12.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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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을 일컬어 재래식 언론이라 부르는 말을 들었다. ‘기레기’급의 멸칭은 아니지만 ‘재래식’이란 단어를 포함한 용례를 생각해 보면 결코 아름답거나 향기롭지는 않아서 새삼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전래의 주류 언론이 재래식이라면 그 반대말은 뭔지도 묻게 된다. ‘신식’인가, ‘수세식’인가.

전통적인 주류 언론매체를 ‘레거시 미디어’라 부르던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때부터 전경과 배경이 뒤집혔다. ‘레거시 미디어’라는 번역도 안 된 말을 사용하면서, 뉴미디어, 인터넷 언론, 디지털 네이티브 매체 등 새로운 언론매체를 앞으로 내세워 불렀던 관행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제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새로운 언론매체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전래 언론매체가 전경이 되어 ‘재래식’이라 불린다.

그러나 신식은 또 얼마나 새롭단 말인가. 이는 활극과 소극이 대종인 우리나라 언론사에 새로 더한 21세기형 비극을 규정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전래 매체의 가장 나쁜 관습을 신흥 매체가 이어받고 있다. 따라서 신식이 구식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어쩐지 친부살해 비극처럼 들린다. 신식이니 구식이니 하는 표현은 모두 등장인물의 역할을 지칭할 뿐, 관객은 이 비극의 끝이 뭔지 궁금해할 뿐이다.

전통적인 언론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은 잘 알려져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중요한 내용을 추려서, 빠르고 정확하게 뉴스로 전달하면 된다. 경쟁하는 언론사들 가운데 누가 더 이 작업을 유능하게 잘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명성을 누리게 되고, 이용자에게는 뉴스를, 광고주에게는 지면을 더 많이 판매해서 수익을 낸다. 이를 가치 창출의 윗길이라 부르자. 디지털 시대가 열리며 이 윗길 조건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신식 언론이 대두한 이유는 뉴스 내용이 달라서가 아니다. 신식 언론은 인터넷 플랫폼에 업혀가면서 더 싸게 뉴스를 제작해서 손쉬운 방식으로 수익을 낼 방법을 찾았다. 특히 광고주에게 지면을 직접 팔 필요 없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구전을 받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방식은 이제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따라서 전래의 구식 언론매체도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가치를 창출해 온 또 다른 방식이 있다. 이는 아랫길이라 불러야 마땅한데, 전적으로 윗길에서 축적한 가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건의 당사자인 정보원이 알리고 싶은 뉴스는 알리고, 숨기고 싶은 뉴스는 숨기는 방식으로 정보원의 호의를 축적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얼마나 교묘하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축적된 호의를 영향력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 정부, 정당, 기업 등 유력한 정보원으로부터 독점적으로 정보를 받을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직접적으로 금전적 보조를 받거나 인사상 혜택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윗길이든 아랫길이든 우리나라 신구 언론 간 가치창출이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 내 관찰에 따르면 신식 언론들 간 차이가 신식과 구식 간 차이보다 크다.

그리고 그 차이는 주로 아랫길에서 만들어진다. 요컨대 아랫길에서 정당과 유력 정치인, 검경과 특검, 기업과 시민단체 등 정보원들과 거래를 통해 축적한 호의에 기초해서 첩보, 제보, 출연, 해명 등의 방식으로 독점적 자원을 확보해서, 윗길에서 실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나는 우리 언론인들이 영향력이란 말을 남발할 때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어떤 효과를 말하는지 맥락을 짚어 본다. 그리고 그때마다 언론의 영향력이라고 말하면서 실은 아랫길을 통해 창출한 가치에 뿌듯해하는 모습을 주로 본다. 재래식이든 수세식이든 마찬가지다. 그렇게 창출한 수익을 영향력의 증거로 내세우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모습을 보며, 내가 부끄러워진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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