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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

입력 2025.12.21 20:06

수정 2025.12.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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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뿌둥한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날은 푹하기에 얇은 패딩을 걸치고 외출을 했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니 해 질 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득한 날씨에 종종걸음을 치며 집에 돌아오니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푹하다’는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하다’는 뜻이다. 이와 반대되는 말이 ‘득하다’이다. ‘얻다’의 의미로 많이 쓰는 득(得)하다와 모양이 같아 어색할 수도 있으나, ‘득하다’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다’라는 어엿한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한나절 사이에 푹한 날이 득하게 된 것은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차가운 바람의 영향이 컸을 듯하다.

겨울바람을 흔히 ‘북풍’이라고 한다. 북쪽의 시베리아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바람인데 이 계절 체감온도를 확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북풍은 ‘뒤바람’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남향집을 기준으로 뒤쪽, 즉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란 것이다. 같은 말로 ‘뒤울이’도 있다.

북풍을 이르는 우리말이 또 있는데, ‘북쪽에서 불어오는 큰 바람’은 ‘댑바람’이라고 한다. ‘덴바람’도 있다. 뱃사람들의 말이라고 하는데 ‘된바람’이라고도 한다. 어감에서부터 차디찬 바람이 몰고 오는 혹독한 추위를 나야 하는 ‘고됨’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겨울바람을 비유하는 말로 ‘몹시 매섭고 독한 바람’인 ‘칼바람’, ‘살을 엘 듯이 찬 바람’을 뜻하는 ‘매운바람’이 있다. 의미를 찾아보지 않아도 ‘칼’이니 ‘매운’이 들어가 있는 만큼 만만하게 넘길 바람은 아니란 걸 알겠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추운 곳의 대명사인 시베리아보다 더 춥다고 한다. 수은주에 나타나는 숫자가 시베리아보다 높다 해도 칼바람이 불어오는 통에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는 훨씬 낮다는 것이다. 겨울바람을 만들어내는 북쪽 대륙보다 더 춥다니… 물론 지형적 요인도 있겠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선 그저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겨울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벌써 봄바람을 기다리게 된다. 성미가 급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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