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 사는 10살 어린이가 유튜브 화면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동·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호주가 먼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면서입니다. 아시아·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규제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죠. 각종 유해정보와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인데요. 실효성 논란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론이 나옵니다. 오늘 점선면은 ‘청소년 SNS 금지법’을 둘러싼 관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강제로 막을까, 그래도 허용할까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한 호주. 틱톡에서만 20만개가 넘는 미성년자 계정이 삭제됐지만, 청소년들의 ‘로그인 우회 인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청소년들은 여러 방법으로 SNS에 로그인한 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아직 여기 있다. 내가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봐” 같은 말을 남겼어요.
호주 청소년들의 로그인 인증은 청소년 SNS 금지법이 맞닥뜨린 현실의 벽을 보여줍니다. 온라인 세계가 무한히 넓어진 오늘날 모든 SNS를 일괄 차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제엠네스티는 호주에서 법이 시행된 날 “많은 청소년이 법을 우회할 것”이라며 “금지 조치는 이들이 비밀스럽게 동일한 위험에 계속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죠.
호주 청소년들의 반발심과 달리,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내년부터 16세 미만의 SNS 접속을 차단합니다. 인도네시아도 내년 3월부터 13~16세의 SNS 접속을 막을 예정입니다. 유럽연합(EU)도 관련 제도를 검토하고 있고, 덴마크는 15세 미만 SNS 이용 금지법을 내년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호주의 금지법과 같은 규제 방안을 “주요 업무로 추진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NS에 도사리는 아동·청소년 대상 위험 요인들을 보다 보면, 강제적 차단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사이버 폭력과 성착취, 마약, 도박 같은 각종 유해정보와 그로 인한 범죄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죠. 한때 틱톡에서는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는 ‘기절 게임’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호주의 금지법도 지난해 1월 한 14세 소년이 SNS를 접한 뒤 신체 혐오와 섭식장애 등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여론에 불이 붙었습니다.
과의존과 중독으로 인한 문제도 있습니다. 지난해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 36.8%가 “스마트폰·SNS 때문에 공부나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SNS를 사용할 수 없을 때 불안하거나 초조함을 느낀다”는 응답도 22.1%에 달했습니다.
규제 찬성론자들은 강제 차단을 고려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SNS 사용 규제에 찬성하는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학교 교수(책 <불안 세대> 저자)는 지난 1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규제가 완벽하지 않다고 ‘법을 없애자’ ‘모두가 술을 마시자’ ‘모두가 헤로인을 하자’고 하나?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며 “일각에선 부모에게 맡기자고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시도했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법의 도움이 필요한 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강한 규제에 반대하는 논리도 상당히 타당합니다. 무작정 SNS를 차단하기보다는 정부가 플랫폼 사용자들의 책임을 묻고, 청소년이 SNS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역효과(반항심) 우려, 실효성 부족 등 지적도 있고요. 온라인 소통·교류가 익숙한 청소년들의 관계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청소년인권연대 지음 등 인권단체 14곳은 한국에서 SNS 금지법 논의가 막 시작되던 지난해 8월 성명을 내 “SNS 중독 문제를 청소년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성인 사용자 역시 유사한 증상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편파적인 접근”이라며 “규제의 초점은 청소년의 행위 자체가 아닌, 그 행위를 설계한 시스템을 겨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어린이·청소년의 SNS 이용을 중독의 문제로 치부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원인을 제공한 입시경쟁·학벌주의나 그들의 삶의 문제에 반의 반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 당사자들은 중독과 범죄 노출 등을 우려하면서도, ‘전면 금지’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점선면이 지난 7월 굿네이버스와 함께 아이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무조건 ‘하지 마’ 보다는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주면 좋겠다”거나, “아이들도 디지털 플랫폼의 ‘사용자’가 아니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참여자’로 존중받고 싶다” 등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강제적인 조치를 써서라도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들의 판단력을 길러 주면서 ‘건강한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게 나을까요? 독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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