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인도 위의 양지에서 비둘기들이 털을 부풀리며 일광욕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비둘기는 유해야생동물입니다. 먹이 주기로 인한 비둘기 개체 수 증가는 우리 이웃에게 불편(건강위협, 건물부식, 악취)을 초래합니다.”
서울 관악구는 지난 8일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신림동 도로 등에 내걸었다. 공원과 도로, 하천 등 관내 96곳의 공공장소를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면서다. 계도기간이 끝나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1회 20만원, 2회 50만원, 3회 이상 100만원의 과태료를 낼 수 있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정책을 두고 지자체, 동물단체, 생태학자의 의견이 엇갈린다.
22일 지난해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을 보면,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법 개정 이후 서울시에 이어 강원 속초시, 경기 부천·파주·동두천·광명시, 세종시 등이 조례를 제정해 특정구역에서 먹이 주기를 금지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비둘기 떼가 모이를 먹고 있다. 강한들 기자
한편 22일 한국동물보호연합·동물권단체 케어 등 동물단체는 조례들의 근거가 된 야생생물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 행복추구권, 과잉금지 원칙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단체들은 먹이 주기를 금지하면 오히려 도시 위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오히려 먹이를 잃은 비둘기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고 헤매 민원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며 “먹이 공급을 차단해도 비둘기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해외 사례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불임먹이’ 공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에서 2017년부터 비둘기 모이에 불임제를 섞어 55%의 개체 수 감소 효과를 본 사례들을 언급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화학불임제는 “생태계 교란 및 먹이사슬에서의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고 “개체 수 조절 효과가 불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생태학자들도 이 방법에 회의적이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불임모이는 효과나 위험성이 정확하게 검증된 것이 없다.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성공적이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많은 국가가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 동물들의 개체 수를 제한하기 위해 포획을 하고 불임성분이 든 먹이를 제공하거나 둥지를 부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다”며 “먹이 주기를 제한하는 것은 비둘기를 죽인다든가 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지 못하는 개체가 도태되고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비둘기가 유인되지 않도록 하는 자연적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권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법 조례에 대한 헌법소원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