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에 대한 개방을 당부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갈마해안관광지구 방문 기사가 실린 2024년 12월 31일 노동신문 1면. 경향신문DB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뭔가”라며 “(공개하면) 오히려 북한 실상을 정확히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가 북한 사이트 개방,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공개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이런 걸 뭘 국정과제로 하나. 그냥 풀어놓으면 되지”라며 조속한 개방을 당부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는 국민의 기본적인 정보 접근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시대착오적 규제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국민을 주체적이고 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북한의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간주하는 발상이 아니라면, 규제의 배경을 설명하기 힘들다. 남북이 체제경쟁을 하던 냉전이 종식된 지도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런 비합리적 규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북한 사이트 개방은 ‘남북관계 개선’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통일부는 22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국민 접근권 확대와 관련해 “북한 매체를 단순 열람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도 북한 관련 사이트 접근과 열람을 허용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방향이 정해진 만큼 국가정보원 등 정부 내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매듭짓고, 북한 사이트 접근·열람 제한 조치를 조속히 해제하길 권한다.
노동신문 개방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향적인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국민들도 북의 노동신문을 보며 그냥 믿고 현혹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 체제가 어떤 언어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는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꿰뚫어볼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다”며 이 대통령의 지시를 지지했다. 북한 자료 접근권 확대는 윤석열 정부 때도 검토한 사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정신을 정면으로 거역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 대표가 말하는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정신’은 북한 사이트를 금기의 영역에 가둬야만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