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중심 전시관으로 오늘 재개관
1949년 1월17일 아침 마을 어귀 고갯길에서 무장대가 군 차량을 기습해 2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군인들은 보복성으로 당시 제주 조천면 북촌리 마을에 불을 질렀다. 또 도망치는 주민들을 북촌국민학교 운동장에 모았다.
기관총을 들고 학교 운동장을 에워싼 군인들은 주민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차단한 뒤 40~50명씩 인근 밭으로 끌고가 총살했다. 이날 총에 맞아 숨진 주민만 300여명에 이르렀다. 대량 학살이 이뤄진 곳이 바로 너븐숭이다. 당시에는 살아남았어도 이튿날 함덕리로 옮겨진 주민 100여명 역시 학살의 희생자가 됐다.
죽은 자가 워낙 많아 시체는 수습조차 쉽지 않았다. 대부분 임시매장된 후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야 안장될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몰살당하거나 연고가 없는 시신은 오래도록 방치됐다.
이 대량학살로 마을에 대가 끊긴 집안도 적지 않았다. 당시 죽은 어린아이들은 수습되지 못한 채 너븐숭이 일대에 임시매장돼 현재도 조그만 ‘애기 무덤’ 형태로 남아 있다. 제주4·3 당시 대표적인 주민 집단 학살 사건인 북촌사건은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제주4·3 당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북촌리 마을의 4·3 역사기록관인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재개관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부터 실시한 내외부 정비공사와 전시물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23일부터 ‘너븐숭이 4·3기념관’을 재개관한다고 22일 밝혔다.
너븐숭이 4·3기념관은 2009년 지어진 후 대학살의 아픔을 알리고, 북촌리 마을의 4·3 기억공간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다만 16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시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시 환경 재정비가 이뤄졌다. 이번 개편의 특징은 기존의 자료 나열식 전시에서 벗어나 북촌 4·3을 영상 콘텐츠와 예술작품 중심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도는 북촌리 주민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을 강화하고, 지역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배치해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