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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수술 대기실 침대에 환자가 누워있다.

현재는 수녀 9명과 신부 6명이 매일 오전 7~8시, 낮 12~1시 사이 수술실을 찾아 기도를 하고 있다.

간호사 등 의료진이 드리는 기도까지 포함하면, 한 해 동안 약 5700명의 환자가 수술 전 기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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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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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달라도, 큰 수술 앞둔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30년 이어온 ‘수술 전 기도’

입력 2025.12.23 15:26

수정 2025.12.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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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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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영성부원장 신희준 신부(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1일 수술 전 대기실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영성부원장 신희준 신부(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1일 수술 전 대기실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수술 대기실 침대에 환자가 누워있다. 신부는 환자에게 다가가 이름과 종교를 물었다.

“어렸을 때 유아세례를 받긴 했지만, 지금은 절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제가 기도를 좀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환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부와 간호사들이 손을 모으고 기도를 시작했다.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의 떨림이 잦아들고, 이내 환자의 표정이 평온해졌다. “수술이 잘돼서 고통에서 벗어나시길 빕니다. 아멘.”

지난 11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수술 전 대기실을 찾았다.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신희준 신부(영성부원장)와 수술실 간호사들이 ‘수술 전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었다. 불교, 개신교 등 환자들의 종교는 전부 달랐지만 아픈 자신을 위해 올리는 기도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었다.

종교가 없다고 밝힌 한 환자는 신부를 보자마자 긴장과 안도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생명엔 지장이 없는 수술이라고 하는데, 겁이 나네요”라고 말했다. 신부는 두 손을 환자의 이마에 올리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신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환자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기도가 끝난 뒤 환자의 얼굴에는 한결 안도한 기색이 비쳤다.

수술 전 기도는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전신인 강남성모병원이 1980년에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병원 내 원목실에 파견된 두 명의 수녀가 자발적으로 병자들을 위한 기도의 일환으로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찾아가 기도했다. 이후 병원 규모가 커지고 기도를 요청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1995년 수녀 1명이 추가 파견됐고, 이때부터 수술 전 기도가 본격화됐다. 제도화를 기점으로 하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셈이다. 현재는 수녀 9명과 신부 6명이 매일 오전 7~8시, 낮 12~1시 사이 수술실을 찾아 기도를 하고 있다. 간호사 등 의료진이 드리는 기도까지 포함하면, 한 해 동안 약 5700명의 환자가 수술 전 기도를 받는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임연희(연희수산나) 수녀(원목팀장)는 2023년부터 수술실 기도에 참여하고 있다. 임 수녀는 기도를 하기 전 반드시 종교를 묻고 기도를 원하는지를 확인하는데,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임 수녀는 “불교 신자라고 하면 기도 중에 ‘○○씨는 불교 신자로서 열심히 살아온 분입니다’라는 말을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해진 기도문이 있지만, ‘이 분은 하느님 당신께서 너무나 사랑하시는 자녀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 여태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면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원목팀 수녀와 신부가 항상 수술실에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기도를 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송희 수술간호팀장은 장기이식 수술 전 기증자와 수혜자에게 기도를 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김 팀장은 “기증자분께 먼저 기도를 드리러 갔는데, ‘너무 감사하지만, 나는 괜찮으니 받는 사람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너무나 감명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서 “환자분들께 기도를 드리면서 저 역시 한없이 겸손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기도는 환자가 아닌 의료진에게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수술간호팀의 노연호 수간호사는 ‘기증자를 위한 기도’의 경험을 전했다. 뇌사 상태에서 장기 기증이 이뤄지면, 각 병원에서 온 의료진이 장기를 적출해 간다. 노 간호사는 “기증자가 수술대 위에 놓인 모습을 본 날이면, 미안함과 감사함, 슬픔이 뒤섞여 악몽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귀한 결정을 한 분인데, 수술이 끝난 뒤 혼자 남겨진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2009년부터는 기증자 봉합 작업을 마친 뒤 의료진 네 명이 수술실에서 ‘기증자를 위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노 간호사는 “그 이후로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됐다”며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희준 신부는 ‘수술 전 기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의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위로받을 자격이 있고, 기도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수술 전 대기실 천장 방향에는 환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성경 문구가 적혀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수술 전 대기실 천장 방향에는 환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성경 문구가 적혀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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