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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체검사나 방사선치료, 영상진단 등은 병원이 투입하는 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지만, 진찰과 같은 기본진료는 비용에도 못 미치는 적자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료행위에 따른 상대가치 점수를 ‘상시’ 조정해 수가 불균형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 급여 적용 범위가 9개 암종으로 확대돼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3 회계연도 의료비용 분석 결과와 상대가치 상시 조정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의료비용 대비 수익’을 분석했다. 종합병원 중심이던 분석 대상을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방사선치료료는 비용 대비 수익이 274%에 달했다. 병원이 쓴 비용의 2.7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검체검사료(192%),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169%)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병원 경영의 기본이 되는 기본진료료는 비용 대비 수익이 63% 수준에 그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병원이 투입한 비용의 63%만 받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9800여개 수가 중 의과 분야 6000여개 항목에 대해 ‘상대가치 상시 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 5~7년 주기로 이뤄지던 개편 방식에서 벗어나, 매년 의료비용을 분석해 과보상된 수가는 낮추고 저보상된 필수의료 수가는 높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검체·영상 검사 등에서 조정된 재정은 진찰·입원 등 기본진료료와 수술·처치 등 중증·응급, 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보상 강화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그간 불투명한 거래 관행으로 논란을 빚어 온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도 전면 개편 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검체검사는 전체의 20%인 3억4000만건, 금액으로는 2조6000억원 규모가 위·수탁 방식으로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위탁검사관리료(검사료의 10%)와 검사료(100%)를 분리 지급하게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탁기관이 검사료를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사후 정산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었다.
검체검사 수가 조정 및 제도 개선 예시.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안에서 위탁기관·수탁기관별 수가를 새로 만들어 보상체계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관리료 폐지로 확보되는 약 2400억원(2024년 기준) 재원은 진찰료 등 상대적으로 보상이 부족했던 영역의 수가를 올리는 데 전액 활용한다. 관련 고시 개정은 내년 상반기 추진하되, 개편안은 상대가치 상시 조정 시기에 맞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가 비소세포폐암 등 기존 4개 암종에서 두경부암, 위암, 식도암 등 9개 암종(17개 요법)으로 급여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해당 암 환자가 부담하던 1인당 연간 투약 비용은 약 7302만 원에서 365만 원(본인부담 5% 적용 시)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만 적용되던 ‘듀피젠트주’ 역시 중증 제2형 염증성 천식까지 급여 범위가 넓어진다. 이를 통해 환자가 부담하는 연간 투약 비용은 약 1588만원에서 476만원(본인부담 30% 적용 시) 수준으로 감소한다.
복지부는 “의료비용 분석의 대표성·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가 보상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상대가치 상시 조정을 통해 진료 현장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제 중심으로 급여를 확대해 국민에게 적정 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