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7월부터 주치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7일 강원도 평창군 평창의료원에서 내원객이 다학제팀으로부터 영양 상담, 운동처방 등을 포함한 다학제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정효진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주치의 제도’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왔다. 동네 의원에 등록한 50대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주치의 역할을 맡은 의원이 등록 환자 1인당 월별 정액 관리료를 받고 건강 전반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지역 내 2차 병원에서는 의사·간호사·운동처방사 등이 참여해 팀 형태로 건강관리를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안을 논의해 의결했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산발적으로 운영돼온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통합해, 내년 7월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당뇨병·고혈압 등 개별 만성질환군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시범사업안은 대상을 50세 이상 장·고령층으로 넓혔다. 질환 중심 접근에서 연령 중심 접근으로 전환했다.
등록 환자는 건강 상태와 관리 필요도에 따라 1군부터 4군까지 관리군으로 나뉜다. 1군은 생활습관 관리와 예방이 필요한 ‘예방·유지군’, 2군은 만성질환 관리와 합병증 예방이 필요한 ‘일반관리군’이다. 3군은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이미 중증질환을 가진 ‘집중관리군’, 4군은 방문·재택진료가 필요한 ‘전문관리군’이다.
주치의 제도 참여는 의무가 아니다. 정부가 지정한 지역 내에서 공모를 통해 약 10곳 안팎의 1차 의원을 선정하면, 환자가 희망에 따라 해당 기관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는 있지만, 등록 의원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현재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 의료체계에서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진료비를 지불하는 구조로, 진료의 연속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등록 환자의 건강검진 결과 등을 연계해 의원별로 맞춤형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예방·질환·약물 관리와 함께 필요하면 적정 의료기관으로의 연계, 방문·재택진료까지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계획의 또 다른 특징은 의사 단독이 아닌 ‘다학제팀’ 운영이다. 동네 의원이 주치의 역할을 맡고, 지역 내 2차 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이 연계돼 환자 관리에 참여한다. 포괄2차 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보건의료원(보건소) 등이 참여해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 간호사, 영양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을 의원급에 지원한다.
보상 체계는 진료 1건당 비용을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와 환자 1인당 월별 정액 관리료를 지급하는 포괄수가 방식을 혼합했다.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환자 수가 수익과 직결되지만, 관리료 중심의 포괄수가제에서는 비대면 관리나 예방 교육, 생활습관 상담 등 진료 외 활동에도 동기가 생긴다. 환자의 건강 성과 달성 여부와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성과 보상을 하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공모를 거쳐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운영 결과를 모니터링해 적정 수가 보상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2029년부터는 ‘한국형 일차의료 통합수가’를 제도화해 적용 기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