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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와대’ 시대

입력 2025.12.23 18:57

수정 2025.1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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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난 22일 출입 기자들이 춘추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난 22일 출입 기자들이 춘추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 싣고 30리 시골길 시인의 집 놀러가는 대통령, 사람 상처 내는 탱크 기지가 들어올 수 없는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신동엽, <산문시>에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야 했던 1968년, 신동엽은 평화로운 나라를 꿈꾸며 이 시를 썼다. 하지만 당시는 시인의 기대처럼 ‘황톳길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을 가질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이념·빈부·지역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고, ‘김신조 사태’ 후 박정희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멸사봉공을 강요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청와대는 국민 위에 군림한 정치, 민주주의를 위협한 독재의 온상이었다.

1987년 민주화 후 청와대는 권력의 빗장을 풀고 공포·폐쇄의 공간을 벗어났다. 그랬던 청와대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 때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결별하려면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살 수 없다”고 한 윤석열이 2022년 5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졸속 이전한 것이다. 윤석열 3년의 용산 대통령실은 안보 방어망을 무너뜨렸고, 이태원 참사를 부른 원인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한 나라의 국정 철학과 존엄을 상징하는 곳이란 걸 망각한 대가는 참혹했다. 12·3 내란은 화룡점정이다. 권력이 반민주주의·반민생의 군홧발을 휘두른 순간, 용산 시대는 스스로 정당성을 잃었다.

지난 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시대를 뒤로 하고 대통령이 ‘원래 있었던’ 곳, ‘있어야 할’ 곳인 청와대로 이전한다”며 3년 7개월 만의 청와대 복귀를 알렸다. 오는 25일 성탄절 무렵이면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 3실장의 집무실은 여민관에 마련된다고 한다. 여민관은 국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여민고락(與民苦樂)에서 따온 말이다. 대통령이 본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비서진 업무공간 여민관에 집무실을 차린 건 국민과의 담을 허물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한다.

다시 열린 청와대 시대가 물리적 공간을 이동하는 결과에 그쳐선 안될 것이다. 내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역사가 ‘청와대 시즌2’의 소명이어야 한다. 내란을 막아낸 우리 국민들이라면, ‘대통령의 이름은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은 훤히 아는’ 나라와 그런 정치를 하는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가질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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