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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전세계 불평등 논의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 불평등 보고서' 세번째 판이 최근 공개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보고서 서문에서 "충격적"이라고 했을 정도로 전세계 불평등 수준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소는 지난 10일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6'에서 "불평등은 오랫동안 전세계 경제를 규정하는 특징이었지만, 2025년엔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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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상위 0.001% 슈퍼 부자’ 6만명이 가진 자산, 하위 50%보다 3배 더 많다”

입력 2025.12.24 06:00

수정 2025.12.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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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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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6

“불평등, 이젠 긴급한 대응 필요한 수준이 됐다”

성별 임금격차도 심각···여성, 남성의 61%뿐

공공투자·자산 과세 등 제안···“문제는 의지”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강윤중 기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강윤중 기자

전 세계 불평등 논의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 불평등 보고서’ 세번째 판이 최근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엔 전 세계 인구(성인 기준) 가운데 자산 상위 0.001%(약 5만6000명)가 하위 50%(28억명)보다 세 배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위 0.001%의 순자산 점유율은 30년 전엔 전 세계의 4%였으나 올해는 6%까지 올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보고서 서문에서 “충격적”이라고 했을 정도로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지난 10일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6’에서 “불평등은 오랫동안 전세계 경제를 규정하는 특징이었지만, 2025년엔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세계불평등연구소는 2013년 <21세기 자본> 출간으로 전 세계에 불평등 문제를 환기시켰던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설립에 참여한 연구 네트워크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2017년 말 첫번째 판이 공개된 이후 4년 주기로 나오며, 전 세계 200여명의 연구자가 집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극도로 불평등한 세계

[경제밥도둑]“전 세계 ‘상위 0.001% 슈퍼 부자’ 6만명이 가진 자산, 하위 50%보다 3배 더 많다”

보고서는 글로벌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우선 전 세계 인구 중 소득 상위 10%가 나머지 90% 전체보다 더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고, 하위 절반은 전 세계 소득의 10%에도 못 미치는 몫만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불평등은 더 심각했다. 전 세계 인구 중 자산 상위 10%가 부의 75%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절반이 보유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특히 비교 대상을 상위 10%에서 상위 0.001%로 좁혀보면 불평등은 더 도드라진다. 6만명이 채 되지 않는 상위 0.001%는 하위 절반이 보유한 것보다 세 배 많은 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약 4%였던 상위 0.001%의 순자산 점유율이 현재 6%를 웃돌고 있는 것은 자산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자산뿐 아니라 기후·성별·기회 등의 분야에서도 불평등은 심각했다. 전 세계 인구 중 자산 상위 10%는 ‘민간 자본 소유와 연관된 탄소 배출’의 77%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3%에 불과했다. 이는 개인 소비를 통한 탄소배출이 아니라 탄소배출을 하는 기업·자산 등 자본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보고서는 “기후위기는 부의 집중과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성별 임금격차도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 여성의 시간당 소득은 남성의 61% 수준이고, 가사·돌봄 등 무급노동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32%로 떨어진다. 국가별 공교육 격차는 기회의 불평등을 고착화시켰다. 유럽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간 1인당 소득격차는 약 10배인데 아동 1인당 공공교육 지출 격차는 거의 35배에 달했다.

불평등 키우는 전세계 금융 시스템

보고서는 ‘부자 나라’에 유리한 전세계 금융 시스템도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부유한 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들 나라의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꾸준한 수요가 있는 만큼 낮은 금리로 발행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부유한 국가와 정반대 상황이어서 외국 투자자에 대한 이자·배당 지급 등의 형태로 금융소득이 해외로 유출된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 구조 때문에 매년 가난한 국가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자원을 부유한 국가들로 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난한 국가의 교육·보건·인프라 투자 여력을 잠식해 가난한 국가 내부의 불평등까지 확대시킨다.

보고서는 “부유한 국가들의 금융 특권은 시장 효율성의 결과가 아니라, 기축통화 발행국과 금융 중심지를 국제 금융 시스템의 핵심에 두는 제도적 설계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식민지를 운영하던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 자원을 착취해 적자를 흑자로 바꿨다면,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운명 아닌 선택의 결과”

보고서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불평등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보건에 대한 공공투자, 재분배 프로그램, 누진적 조세체계, 공정한 노동 기준 등과 같이 이미 검증된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도구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전 세계 소수의 최상위 계층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저세율의 과세가 이뤄질 경우, 전 세계 GDP의 0.45%에서 1.11%에 달하는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티글리츠 석좌교수는 “이 보고서는 불평등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며 독립적 연구와 정치적 의지가 결합된다면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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