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오늘도 달립니다


완독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운동은 '다이어트 목적'이라고만 여겼고, 어떤 종목을 취미로 삼는 것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삼십대 후반이 되어 주말 아침에 늦잠 대신 달리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될 줄은, 옷장이 운동복으로 꽉 차게 될 줄은,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퇴근을 뛰어서 하는 사람이 될 줄은, 콘서트 티켓팅 대신 마라톤 대회 티켓팅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퇴근 후, 만나요] 느리지만 오늘도 달립니다 [플랫]

느리지만 오늘도 달립니다

입력 2025.12.24 14:12

  • 플랫팀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퇴근 후, 만나요] 느리지만 오늘도 달립니다 [플랫]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 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퇴근 후, 만나요] 느리지만 오늘도 달립니다

달리기를 왜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떠오르는 감정과 장면들이 있다. 공기를 가를 때 느껴지는 바람, 갑자기 가벼워진 다리가 배경음악과 딱 맞아들 때의 느낌, 반대로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내 몸에 폐와 심장과 다리만 남아있는 것 같을 때의 기분, 그래서 달리고 있는 순간만큼은 불안도 걱정도 잠시나마 잊혀진다는 것, 차가운 겨울밤 땀에 흠뻑 젖은 채 스마트워치 종료 버튼을 누를 때, 난생 처음 하프마라톤 출발선에 섰을 때의 벅차오름, 달리다가 마주했던 무수한 일출들, 반환점에서 돌아섰는데 보름달이 구름에서 빠져나오고 첫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던 어느 날 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 여행지에서 낯선 길을 달리던 시간들, 회사도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토요일 새벽을 온전히 혼자서 달리면서 보낸다는 것.

좋아하는 러닝코스 중 하나인 남산 북측순환로.

좋아하는 러닝코스 중 하나인 남산 북측순환로.

달리기를 시작한 건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코로나와 신생아 육아로 오갈 데 없었던 2021년 여름, 아기가 매일 오전 5시면 깨워주었고 마침 뛸 만한 천변이 집 근처에 있었다. 러닝이 유행을 타기 전의 새벽 주로는 정말 한적했다. 30분 정도 걷고 뛰고를 반복하다 돌아오면 하루를 보낼 힘이 생겼다. 그 해 겨울쯤 5㎞를 쉬지 않게 뛸 수 있게 됐고 이듬해 가을에는 10㎞ 대회에 처음으로 나갔다.

무엇보다도 달리기는 정직해서 좋았다. 여전히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달릴수록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체감됐다. 처음에는 고작 1㎞도 뛸 수 없었는데 지금은 20㎞ 넘게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아직도 10㎞를 간신히 1시간 안에 들어오는 느림보 러너지만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이기는 경험을 쌓아가는 일이 좋다. 이제는 살 빼려고 달리는 게 아니라 잘 달리려고 체중을 줄이고, 건강하려고 뛰는 게 아니라 대회에 나가야 해서 건강을 챙긴다. 뭔가 조금 잘못된 것 같긴 하다.

러닝 기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하자 고등학교 동창들이 기겁했다. 나는 체육을 정말 못하고 싫어하는 아이였다. 수많은 ‘모범생 여자아이’들 처럼 나는 운동하기를 권유받거나 요구받지 않은 채 사회화되었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졸업 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운동은 ‘다이어트 목적’이라고만 여겼고, 어떤 종목을 취미로 삼는 것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삼십대 후반이 되어 주말 아침에 늦잠 대신 달리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될 줄은, 옷장이 운동복으로 꽉 차게 될 줄은,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퇴근을 뛰어서 하는 사람이 될 줄은(회사에 제가 매일 뛰어다닌다고 소문이 났던데 그 정도는 아닙니다…), 콘서트 티켓팅 대신 마라톤 대회 티켓팅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첫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던 지난 3월의 어느 날 밤.

첫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던 지난 3월의 어느 날 밤.

그리고 종종 아쉽다. 지금 달리면서 느끼는 기분과 감각을 미리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지금 좀 더 빨랐을 텐데. 하지만 원래 달리기는 중장년 운동으로 알려져 있었던 종목이니 아직 시간은 많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내년 4월 열리는 서울하프마라톤 접수에 성공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괜찮다. 지난 가을의 나보다는 내년 봄의 내가 더 빠르겠지 뭐.

거북이.

플랫팀 기자. 러닝크루 거부형 ISTP

플랫의 다른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