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지난 1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어느 정도 시장이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하였기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연준의 향후 성장 및 물가에 대한 전망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및 내년 성장률 전망을 꾸준히 낮추어오던 연준은 1.8%로 예상되었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상향 조정했으며, 반대로 물가 전망은 2.6%에서 2.5%로 소폭 낮추어 잡았다. 성장은 강해지지만 물가 상승률은 다소 안정되는 구도인데, 경제 주체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준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의 질문에 관심이 쏠렸는데, 연준은 향후 미국 경제가 1990년대의 흐름을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런 얘기는 티미라오스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수장은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이다. 그는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경제는 1990년대를 닮아 있다면서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처럼 연준은 강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안정을 기반으로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의 차별적인 성장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케빈 해싯 역시 내년에는 1990년대 그린스펀 시대처럼 물가 안정 속에서 강한 성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코멘트를 하고 있는데 동일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0년대 초 걸프전을 겪으면서 미국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의 등장이 가시화된다. 인터넷은 대표적인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세상에 없던 기술 서비스인 만큼 워낙 많은 글로벌 수요가 존재한다. 그리고 기술 혁신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효율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했던 물가 상승 없는 강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생산성이 개선되면 적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1000원의 비용으로 10개의 제품을 만들던 과거에 비해 같은 비용으로 100개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관점에서 생산성 개선을 해석하면 이해가 쉽다. 과거 개당 100원이 들어가던 비용이 생산성 개선 이후에는 개당 10원으로 낮아져, 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아도 원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기업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강한 수익에 기반한 기업의 성장이 미국 경제의 차별적 강세를 이끌면서도 생산 원가가 낮아 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신경제라고 일컬었던 것이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가 크게 증가한 데 주목한다.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가 증가하면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AI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 기술이 미국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면 강한 성장 국면에서도 이례적인 물가의 안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여전히 2%를 웃돌고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재차 자극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물가 안정과 강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만약 AI 혁명이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단순히 AI 관련 주가가 주춤해지는 것을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의 성장 및 물가에 예상외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GAIN 90’s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