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선언적 수준뿐, 실효성 없어”
노동부 “입법 방향 제시하는 기본법”
배달기사가 서울 강남 도로를 달리고 있다. 택배기사·배달라이더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이다. 정효진 기자
정부·여당이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하는사람법)’ 제정에 나섰다. 정부는 국정과제인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익 보장’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강제성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24일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형태로 일하는사람법을 발의했다. 노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선 근로자로 인정하고 아니라면 사용자가 반증하도록 하는 ‘근로자 추정제’(김주영 민주당 의원)도 함께 발의됐다.
법안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관련 법률을 제·개정할 때는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규정했다. 또 누구든지 일하는 사람에게 성희롱·괴롭힘을 해서는 안 되며, 사업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해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국가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사용을 권장하도록 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주요 내용
그러나 노동계는 법안이 선언적 내용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사업주가 법을 준수하게 할 강제 수단이 없다. 유일한 벌칙 조항은 노동자가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처우를 했을 때 부과하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뿐”이라며 “쿠팡은 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이건 쿠팡조차 환영할 수준의 법”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도 “근로자 보호 의무가 막연하고, 사업주의 의무 위반에 대해 아무런 제재 장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법 조항 대부분이 ‘노력해야 한다’ ‘권장할 수 있다’는 선언적 문구에 그쳐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의무를 부과하지 못한다”며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를 모두 ‘근로자’로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가영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당장 모든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으니 정부가 절충안을 낸 것 같다”며 “근로자 범위를 확대하는 후속 입법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최종안이 될 것 같아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추진되는 ‘근로자 추정제’ 역시 사용자 측이 반증 자료를 제출하면 판단이 뒤집힐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근로자성 판단 기준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일하는사람법이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이란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본법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정과제에 따라 기본적인 권리를 선언하고, 이후 개별법에서 보호 수준을 끌어올려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 확대나 괴롭힘 방지 제도 보완은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