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 참석자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연차휴가 때 일을 하거나, 동료가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등 제대로 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차휴가 관련 법 위반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28일 직장갑질119는 지난 10월 1~14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차휴가 보장 및 사용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서 유급 연차휴가를 보장받고 있다는 응답은 71%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2.3%, 비정규직은 46%만 유급 연차휴가를 보장받고 있다고 답했다. 연차휴가는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라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이를 사용자가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원할 때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낮았다. 비정규직 가운데 ‘원할 때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45.5%로, 정규직(84.5%)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3.3%로, 300인 이상 사업장(88.8%)과 큰 격차를 보였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연 15일 이상의 유급 연차휴가를 보장받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차만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7.9%로, 10명 중 3명꼴이었다. 특히 비정규직(65.3%)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76.8%)의 경우 연차를 6일 미만 사용한 비율이 높았다.
연차휴가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응답자의 42.8%가 연차휴가 중 업무를 하거나 동료가 업무를 하는 모습을 봤다고 답했다. 56.2%는 연차휴가 중 업무 관련 연락을 받았거나, 동료가 연락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연차휴가 사용으로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2.8%였다. 응답자의 85.3%는 연차휴가 사용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회사가 연차휴가 관련 법을 위반하더라도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이학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접수된 연차휴가 관련 법 위반 신고 5434건 중 절반 이상(53.6%)이 취하되거나 기타 종결됐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120건으로,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음에도 노동자의 연차 사용을 제한하는 사용자에 대한 관리·감독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제대로 된 휴식권 보장과 함께, ‘진짜 휴식’을 위한 연차휴가가 가능하도록 병가 등 다양한 휴식 제도를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