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승무원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29일로 1주기를 맞는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중립성 논란’으로 사실상 활동을 접었고, 사조위 공전을 이유로 경찰 수사도 멈췄다. 사조위는 조사 과정을 유가족과 공유하겠다던 애초 약속과 달리 블랙박스 분석 시점부터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아 너무 참담하다”며 “국가는 단 한 명에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유가족에겐 한 장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둔덕이나 조류 충돌 예방 활동 등 사안에서 국토부는 핵심 당사자다. 참사에 책임 있는 가해자 격의 국토부가 사조위를 관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객관적인 활동을 기대하기도,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1년이 되도록 중립적·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세우지 못하고, 유가족들에게 고통만 주고 있으니 정부의 무성의·무신경에 혀를 차게 된다.
수사도 멈춘 지 오래다. 전남경찰청 등 수사당국은 참사 직후 관련자 44명을 입건했지만 사조위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느 누구도 검찰에 송치하거나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제주항공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영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사 징계권을 가진 국토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운항정지나 과징금 등 처분을 내리겠다는 태도다. 경찰은 국토부에 책임을 넘기고, 국토부는 경찰 탓을 하고 있으니 유가족과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연내 개선’을 공언한 전국 공항 위험시설도 상당수 그대로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참사가 났다는 지적에 따라 전국 7개 공항 둔덕을 전면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공사가 완료된 곳은 광주·포항경주 공항 2곳뿐이다.
사조위는 관계 법령 개정에 따라 내년 2월쯤 국무총리실로 이관된다. 국토부의 ‘셀프 조사’를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조치 후에도 정부·당국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논란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지난 22일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국회는 참사 원인부터 1년간 국토부의 무성의한 대응까지 다 진상을 밝혀야 한다. 유가족 10명 중 9명은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국회는 당장 유가족부터 보듬고 적극 소통하기 바란다.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 하루 전인 28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만장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