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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초광역화, ‘좋은’ 전략인가

입력 2025.12.28 19:50

수정 2025.12.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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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속도가 더 붙는 모양이다. 이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현안이 아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초광역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 운영 체제의 근간을 재구성하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과제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목표로 이 일을 추진한다는 말이 들려 슬그머니 걱정이 든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초광역 전략’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부·울·경 메가시티 비전에서 물꼬를 튼 후,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이 잇따라 합류했고, 전북과 강원은 제주처럼 특별자치도라는 또 다른 형태의 초광역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이런 길을 모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초광역 전략은 단순하게 덩치 키우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혁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초광역 전략을 통해 더 많은 자율성과 더 큰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지역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로부터 권한과 재원을 확보하는 자율성, 더 넓은 공간과 더 복합적인 산업·인재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은 분명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모든 통합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통합이 곧 지역 문제 해결이라는 ‘메시아 신화’도, 통합하지 않으면 곧 지역이 소멸한다는 ‘종말 신화’도 사실이 아니다. ‘모세의 기적’이나 ‘휴거의 기적’ 같은 것은 없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잘하면 좋고 그러지 않으면 별 볼 일이 없는 그런 일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통합이고, 좋은 통합은 좋은 절차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의 추진 과정이 너무 성급해 보인다는 점이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제도 변화다. 삶과 행정, 정치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렇기에 ‘숙의’가 필수다. 처음 겪는 문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 이해당사자가 직접 얽힌 문제는 시민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교과서의 원칙이다. ‘사회적 합의-행정적 합의-정치적 합의-법률적 합의’라는 관문형 의사결정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 이 과업은 사실상 대통령 의제가 되어버린 모양새인데 그래서 더더욱 시한을 정해놓고 줄달음할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로 밀고 가는 방식도 마뜩잖다. 여론조사는 어느 한 시점의 생각과 느낌의 산술적 합일 따름이다. 반면 숙의 공론조사는 충분한 정보제공과 학습과 토론, 성찰을 거쳐 형성된 책임 있는 판단이다. 숙의 공론 과정을 거쳐야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불평등, 부담과 혜택의 불균형 같은 민감한 문제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해야 할 점이 있다. “지방정치 제도 개혁 없는 초광역 행정통합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역 권력 구조는 대체로 ‘강한 단체장-무기력한 지방의회-허약한 시민사회’라는 비대칭 상황이다. 이런 구조를 그냥 두고 이른바 ‘연방제 수준의 권력’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면 권력 집중과 민주적 통제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의회의 권능 강화, 시민 참여 제도화, 권력 견제 장치 확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초광역 행정통합은 오히려 혁신에 위협 요인이 된다.

특히 지역 정치 다양성을 실현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혁 없는 초광역 행정통합은 끔찍한 일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정치적 동종교배를 하는 대구·경북, 광주·전남을 생각해보면 다양성 없는 자율성이 가져올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연방제 수준의’ 철옹성을 구축한다면 지역과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정치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혁 없는 초광역 전략은 재앙이라고 하는 것이다.

참고로 몇년 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밀어붙이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결국 좌초했다. 정치적 허영과 공명심이 대의를 앞섰기 때문이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지역혁신을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제도 변화이기 때문에 충분한 숙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 초광역 행정통합을 하려면 지방정치 제도 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의 이름으로’ 다그칠 일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이름으로’ 숙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초광역 행정통합이 우리를 지역혁신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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