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 향해 한 걸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 등 요구사항이 담긴 만장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무안 | 이준헌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유가족·시민, 무안공항 추모 발길
콘크리트 둔덕 ‘진실의 길’ 행진도
2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 들어서자 길게 이어진 주인 잃은 신발과 탑처럼 쌓인 여행용 가방 더미가 보였다. ‘캐리어 179: 못다 한 여행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설치됐다.
추모 작품인 줄 모르고 여행 가방 더미를 바라보던 유가족 A씨가 “우리 딸 가방도 찾지 못했는데 여기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A씨는 “아무것도 못하고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남겨진 손자, 손녀들을 비롯해 가족들의 삶은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79명이 숨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무안공항에는 고인들을 추모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에서 아버지와 함께 온 박수환군(17)은 공항 1층 임시 분향소를 찾았다. 박군은 “평소 삼촌으로 불렀던 아버지 지인께서 희생됐다”면서 “1년이 됐는데도 진상규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여규식씨(61)는 “참사 현장을 직접 보니 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힘겨워한다고 들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공항 청사에서 출발해 참사 현장인 콘크리트 둔덕을 직접 찾는 ‘진실의 길’ 행사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김선영씨(69)는 지난해 참사 당시 무안공항에서 1주일 넘게 자원봉사를 했다. 김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은 일이라도 유가족들을 도우려고 다시 무안공항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로 364일째 유가족들이 머무는 무안공항에서는 1주기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만장을 들고 공항 청사에서 콘크리트 둔덕까지 2.3㎞를 행진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옥현진 대주교와 희생자 유가족들은 공항 활주로 내 콘크리트 둔덕을 직접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미사를 진행했다.
29일 오전 10시부터 무안공항 2층 대합실에서 약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린다. 그에 앞서 참사 발생 시각인 오전 9시3분, 광주와 전남지역에 일제히 1분 동안 추모 사이렌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