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6개 상임위 연석 쿠팡 청문회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측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 청문회에서 새벽 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택배 노동자 유족의 사과 요구에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산업재해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말에는 “(가족 대표자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같은 대답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쿠팡 칠곡물류센터 소속 노동자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 제주에서 새벽 배송을 하다 숨진 고 오승용씨의 누나 오혜리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발언 기회를 얻어 쿠팡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박씨는 “쿠팡의 비협조로 힘들게 산재를 승인받았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하고 대화도 보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김범석의 한 마디로 모든 의혹들이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잠을 잘 수 없다. 제발 김범석을 잡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에서 김범석의 산재 은폐 지시와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혀주시고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했다.
박씨에 이어 발언한 오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난달 숨진 동생의 사망 경위를 설명했다. 오씨는 “승용이는 하루에 11시간 이상 일을 하며 하루 평균 300~400개 물량을 배송했다. 심지어 엘레베이터도 없는 곳이었다”며 “(동생의) 아이들은 지금 아빠가 죽은지도 모르고, 멀리 우주에서 돈 열심히 벌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를 향해 “사과가 그렇게 힘드신가. 대답하라”고 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작년에 장씨의 모친께 따로 사과드리기도 했다”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 인정과 보상 요구에 대해서 로저스 대표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수차례 되풀이했다.
이날 오후에 출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씨 사망과 관련해 “산업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쿠팡 측은 장씨 사망과 관련해 김 의장과 산재 축소·은폐를 논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장씨는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지 약 1시간 반 만에 숨졌다. 당시 쿠팡은 관련 폐쇄회로(CCTV)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최근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가 메신저를 통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하고 CCTV 관련 장비도 서울 본사로 옮긴 정황이 공개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10월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이 장씨 사망 사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당시 쿠팡 수석부사장이었던 로저스 대표가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해당 문서를 본 적이 없고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 역시 로저스 대표와 과로사 축소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어떤 맥락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김 의장의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여러 의원들의 질의에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장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 의장이 산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모의한 것을 인정하냐”고 물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아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제가 무엇을 방해할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