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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도, 100년 후에도 잊어선 안 될 것들

입력 2025.12.31 19:20

수정 2025.12.3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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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 우리 국민들이 가장 희망하는 나라의 미래상이다. 지난 연말, 한국인들이 ‘민주주의 성숙’(31.9%)을 ‘경제성장’(28.2%)보다 더 희망한다는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제성장보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우선한 것은 이 조사가 시작된 1996년 이래,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12·3 윤석열의 난’이 일깨운 결과다.

1년 전 오늘, 우리는 어둠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미친 운전수의 난폭운전으로 끝없는 혼돈과 나락에 떨어진 정국, 진창에 빠진 경제상황에, 미국 트럼프 정부 등장과 잇단 국제 전쟁으로 나라 안팎에 불안이 엄습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새해맞이 행사는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일상 회복이 시민들의 큰 소망이었다.

12·3 당시 상황을 되돌려본다. 6개 조항의 포고령을 다시 읽어보니,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국회·지방의회 해산과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의 계엄사 통제, 48시간 내에 본업 복귀 않는 의료인 처단…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던 여러 실마리들, ‘수거 대상’ 명단과 ‘처리 방법’, 실탄,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등을 퍼즐처럼 맞추다 보니 자칫 이런 세상이 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 몸서리쳐진다. 끔찍한 독재, 내란 시도 아닌가. 국민의힘 다수는 이를 방관, 방조했다.

1년이 훌쩍 지났다. 시민들이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내며 지켜낸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하고 있으면서, 미치광이 운전사를 추천해 운전대를 맡긴 그 정당은 시민들에게 제대로 사과도, 감사도 하지 않고 있다. 위기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은 18명만 참여했던 12월4일 새벽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놓고 집단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 폐기된 12월7일의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바로 그 다음날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을 내세웠지만, 탄핵을 막고 내란 대통령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꼼수로 보이는 ‘한덕수·한동훈 공동정부 제안’을 발표했던 것을, 14일 간신히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민의힘 의총에서 배신자(찬성표) 색출 움직임이 일었던 것들을 말이다. 해가 바뀐 후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 적극 동조화했던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1월 초 김민전 의원이 백골단을 자처하는 극우 청년들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했던 것을, 의원 45명이 한남동 관저에 몰려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것을, 전광훈 목사와 한 몸이나 다름없는 김문수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고, 그 과정에서 한덕수 후보 바꿔치기 추태까지 보였던 것을.

최근엔 아예 ‘윤 어게인’ 세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1월 “우리가 황교안이다”를 외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황교안 전 총리 지지를 공개선언했고, 극우 정당들과의 연대 방침도 밝혔다. 지난 3일엔 12·3 1년을 맞아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했다. 12·3을 정당화하는 망언이며, 윤 전 대통령의 궤변을 대변한 격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지만, 사과 이유는 “국민들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서”만이었다. 정작 계엄 이유를 다수 악법, 공직자 탄핵 남발로 인한 국정 마비로 꼽으며, 더불어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선거의 해가 밝았다. 국민의힘도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 전환과 말바꾸기에 나설 것이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들은 1년만 지나면 잊어버리고 뽑아준다”던 취지의 윤상현 의원 말이다.

정당이 제대로 된 리더들을 배출하지 못하고, 잘못된 후보를 내세워 한국의 민주주의를 벼랑 끝에서 밀어버렸다. 그런데도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며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에 따르면 ‘윤 어게인’ 세력의 대변인처럼 활동해온 장동혁 대표와 그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힘은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국민의 배신자’ 집단일 뿐이다.

느닷없는 내란 사태를 집단 경험한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성숙한 민주주의는 절실한 문제가 됐다. 2026년이 세계를 밝히는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써내려갈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1919년 3·1운동에서 시작된 ‘100년의 혁명’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2·3 불법계엄도 국민을 배신한 결과가 어떠한지를 가르치는, 적어도 100년의 교훈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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