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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는 겨울과 산불의 교훈

입력 2026.01.01 20:22

수정 2026.01.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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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이는 경치가 일반적인데, 몇년 전부터 겨울 풍경에서 눈이 사라지고 있다. 많은 곳에서 과거와 같이 흔하게 눈을 보기 어려운 겨울이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일수의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으로 온도와 강수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1912년이다. 기상자료를 분석해보면 10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약 20㎝ 비가 더 내린다. 비 오는 날은 과거에 비해 약 한 달 가까이 감소했다. 비는 더 오는데, 강수일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폭우 빈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특히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은 가을부터 봄까지 집중되어 있다.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빙판길로 고생하는 일도 적고 눈을 치우는 수고도 덜 수 있어서 생활에는 도움이 된다. 자연의 이치가 그런 것처럼 편안한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불편한 부분도 발생한다. 겨울철 눈이 적게 내리면 봄철 식물들은 생육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식물들이 생동하려면 토양 속에 적당한 수분이 필요한데,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식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분이 부족해 봄에 고생을 하게 된다.

한라산·지리산에서 죽어가는 구상나무들이 피해자다. 눈이 적게 내리면 키 큰 구상나무들은 수분이 부족해 고생하게 되고, 고생이 지속되면 큰 나무들부터 고사하게 된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한라산과 같은 고산지대에는 키가 작은 나무들만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학자들도 있다.

도시민들도 대기환경 변화로 습도가 부족해 천식·감기 같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식물들이 제대로 생육하지 못하면 기온상승과 여름철 폭염에도 영향을 준다. 스페인 같은 지중해 연안국들은 겨울 가뭄 탓에 봄철 대형 산불로 고생한다. 여름철 폭염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고충이 생겨난다. 작년 여름 외신은 스페인 복숭아 농가에서 더위를 피해 오전 2시에 수확을 시작하고 해가 뜨면 마친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소식이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작년 봄 경북에서는 한국 역대 산불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불이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활동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아직도 우리는 기후변화 대책에 소극적이다. 한번 지나가는 피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반도의 기온 상승은 당분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해가 바뀔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겨울철에 눈을 보기 어려운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산불과 같은 산불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작년 경북 산불은 이재민과 사상자가 가장 많은 산불이기도 하였다.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과 가뭄, 폭염 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도시화 비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026년 기준 약 92% 이상의 국민이 도시에서 살아간다. 경북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이 만약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발생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기후변화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와있다. 단순히 온도가 상승하고, 겨울철에 눈을 보기 어려운 정도를 넘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을 보며, 작년 봄에 발생한 경북 산불을 교훈 삼아 우리 사회의 기후변화 재난 대응에 대한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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