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시간) 촬영된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 호수에 정박한 유조선 모습.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미국 해안경비대를 피해 대서양에서 도주 중인 무국적 유조선에 대한 추적 중단을 미국에 요구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밤 늦은 시각에 미 국무부에 외교 전문을 보내 유조선 추적 중단을 요청했다. 이 요청은 백악관 국토안보위원회(HSC)에도 전달됐다.
문제가 된 선박은 ‘벨라1’로 알려진 유조선으로, 제재 원유를 불법 유통하는 ‘그림자 선단’에 속한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 유조선을 2주 가량 추적해 왔다.
해당 유조선은 이란에서 출항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적재할 예정이었으나,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이를 저지하고 승선하려 하자 거부하고 도주했다. 미 당국은 이 유조선이 유효한 국적기를 게양하지 않아 국제법상 무국적 선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후 며칠 동안 해당 유조선은 러시아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드러내려 했다. 승무원들은 선체 측면에 러시아 국기를 그려 넣고 미 해안경비대에 자신들이 러시아의 관할 아래 항해 중이라고 무전으로 알렸다.
이후 이 선박은 러시아 선박 등록부에 ‘마리네라’라는 새 이름으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해안경비대와 마주쳤을 당시 벨라1이 허위 국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만큼 여전히 무국적 선박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 유조선이 “국제법상 러시아의 보호를 받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외교적 개입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지속적인 갈등에서 비롯된 유조선 나포 시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NYT는 러시아의 이번 요청이 미국이 중재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미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을 상대로 봉쇄 조치를 시행해 왔다. 미군은 카리브해에서 유조선 2척을 압류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은 지난달 말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베네수엘라의 지도부와 국민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확인하고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