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정권에 강탈당한 석유 인프라 되찾겠다”
150여대 항공기 침투, 베네수엘라 마두로 부부 생포
“적절한 때까지 미국이 운영” 석유산업 군사력 개입
쿠바·콜롬비아·중국·러시아에 ‘경고’ 메시지까지
3일(현지시간) 운동복 차림으로 미군에 생포돼 이송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양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고,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다. 트루스소셜
3일(현지시간) 새벽, 베네수엘라에 침투한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생포해 미국으로 강제이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주의 정권에 강탈당한 미국의 석유 인프라를 되찾겠다”고 선언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정권 이양이 가능해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반구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힘으로 다른 주권국을 굴복시킨 미국은 이로써 ‘세계의 경찰’ 노릇을 집어던지고 ‘불량 초강대국의 시대’를 본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독재자 마두로를 미국 법정에 세우기 위해 미국 역사상 가장 놀랍고 강력한 군사작전을 펼쳤다”면서 “더 큰 규모의 2차 작전도 준비돼 있었지만, 1차 작전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군은 150여 대의 항공기를 베네수엘라로 침투시킨 후 마두로 대통령의 은신처에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뉴욕으로 강제이송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적절한 시기에 안전한 정권 이양이 가능해질 때까지 미국이 한 그룹(의 사람들)과 함께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필요할 경우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얼마나 오래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여부를 분명히 해달라는 취재진에게 “대규모는 아니지만, 석유와 관련해 (미군의) 존재를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해 미국의 석유 기업들이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직접 개입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이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을 겨냥한 것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정권이 “미국의 인재와 기술로 건설한 석유 인프라를 무력을 동원해 강탈해갔다”면서 “이는 석유 인프라에 대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도둑질이었다”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이번 군사작전이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쿠바도 결국 우리가 이야기하게 될 나라” “콜롬비아는 조심해야 한다”며 라틴아메리카의 또 다른 좌파 국가로 군사작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미국의 세력권인 서반구를 침범하지 말 것을 확실하게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외세가 미국을 서반구에서 밀어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먼로 독트린은 오랫동안 잊혀 왔지만, 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베네수엘라 석유는 물론 라틴아메리카 핵심 광물 채굴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 온 중국과 마두로 정권에 미사일 방어 체계를 판매한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미국이 서반구에 지배력을 행사할 권리를 주장한 바 있다.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베네수엘라 공격은 미·중·러가 각자의 세력권 지배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불량 초강대국의 시대’의 신호탄이 될 우려가 있다. 미국이 즐겨 써온 용어인 ‘불량국가’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를 뜻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권국을 침략해선 안 된다는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미 의회에 군사 작전을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법과 규칙 기반 질서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군사력이 주권의 최종 보증이 되는 ‘힘이 곧 정의’인 시대를 천명한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인 뉴스테이츠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러시아가 자신의 세력권 안에서 비우호적인 정부를 제거하거나 심지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붙잡아 모스크바에서 재판에 회부하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을 위험한 분리주의자로 보고, 중국의 ‘뒷마당’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을 트럼프 독트린이 정당화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진지하고 시급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