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헌금 비리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에 이어 이를 묵인했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 측도 공천 돈 거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두 사안 모두 지도부가 사실관계를 규명하지 않고 덮었다는 의혹도 일고 있어 그냥 넘겨선 안 될 중대 사안이다. 민주당은 당운을 걸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구체적인 쇄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29일 두 의원의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 추가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사태 전개는 공당으로서의 도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강 의원은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돈을 건넨 김경 서울시의원의 ‘단수공천’을 요구했고 다음날 김 시의원은 공천이 확정됐다. 공천 컷오프가 마땅한 부적격 후보를 누가 공천했는지, 강 의원이 돌려줬다고 한 1억원은 어디로 갔는지, 공관위 간사였던 김 전 원내대표는 당 공천 결정 회의에 왜 불참했는지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김 전 원내대표 측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 2명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구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 쪽에 돈을 준 시기와 방법이 담긴 탄원서를 2023년 12월쯤 지도부에 건넸다고 한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탄원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사실관계가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4일 “이번 의혹(강 의원 공천헌금 수수)은 개별 의원의 일탈” “김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 의원의 “살려달라”는 읍소와 단수공천 과정, 김 전 원내대표 측에 검은돈이 오갔다는 의혹이 묵살된 정황은 당의 공천 시스템이 투명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공천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정청래 대표의 하루 전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 당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케 하는 심각한 사태를 지도부가 ‘꼬리 자르기’식으로 무마하려는 안이한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을 한 치도 남김없이 규명하는 것은 물론, 투명한 공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공천 기준과 절차를 당헌·당규에 명시하고, 공천 전 과정을 공개하며, 독립적 공천관리기구를 구성하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