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미디어세상]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미디어세상]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입력 2026.01.04 19:55

수정 2026.01.04 22:36

펼치기/접기

현대자동차 회장의 장남 정창철씨의 음주운전 사고 관련 기사를 언론사가 삭제하거나 수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SBS, YTN, 세계일보, 뉴시스 등은 기사를 아예 삭제했고 연합뉴스, 뉴스1, CBS,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현대차를 ‘H그룹’ 또는 ‘대기업’으로 바꾸거나 정의선 회장의 이름을 빼기도 했다. 기사 삭제·수정은 음주운전 사고 기사가 보도된 2021년 이후 약 4년이나 지난 2025년 9월 정씨가 현대차 일본법인에 입사한 즈음이라고 한다. 유독 이들 언론만 언론자유를 지켜주어야 할 책임자들이 오히려 조직적으로 내통했으니 편집권 독립의 훼손에 대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언론자유를 침범한 현대차 측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2020년 1월16일, 대법원은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정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벌금 1000만원형을 확정했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중단하거나 바꾸어줄 것을 요구해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다.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4조 2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 역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돼온 정치권력의 언론 간섭은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방송 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이자, 최초의 유죄 판결이다. 해당 법 조항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현행 신문법으로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 과거 신문법 제3조 2항에 “누구든지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조항과 처벌 규정이 있었지만, 이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 처리된 미디어법 개정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번 사태는 언론자유를 침해한 현대차 측과 공범 혐의가 짙은 내부 협조자들에 대해 방송법을 위반한 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자본권력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선언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국회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신문법의 규정과 벌칙조항을 명문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언론 자유와 독립에 대한 위협은 정치권력에 초점이 맞추어져왔다. 하지만 출입처 제한이나 취재 거부, 정부광고비라는 정권의 언론통제 수단은 이제 조금씩 무뎌진 녹슨 칼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광고주의 요구는 훨씬 생생하고 당장의 취재비와 급여통장에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미 자본의 그림자는 일상적으로 언론보도 곳곳에 어른거린다. 광고비라는 젖줄은 언론으로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에 그만큼 재갈이 될 위험도 높다.

특히 지면 독자의 급감으로 광고효과가 떨어지는 신문의 경우 큰손의 광고주는 더욱 절실하게 모셔야 할 귀하신 고객이다. 광고주들도 광고효과보다는 보도관리용으로 신문 광고비를 집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광고비가 아니라 언론보도에 대한 개입비용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광고비를 미끼로 보도 거래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수록 이번 기회에 법이 살아 있음을 단호하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언론자유 침해가 이루어졌는지도 소상히 밝혀질 것이고 그릇된 관행에 대한 경계로 삼을 수 있다. 말할 나위 없이 법은 정치권력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방송법 조항에도 “누구든지”라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알베르 카뮈의 경고대로 또 다른 광고주들에게 “내일의 언론자유 침해에 용기”를 주게 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주요 신문 1월1일자 맨 뒷면은 현대차 광고로 꽉 채워졌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