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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어게인’을 게토화시키는 법

입력 2026.01.04 19:58

수정 2026.01.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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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혜훈 전 의원을 발탁한 후폭풍이 크다. 일단 국민의힘 반응을 보면, 이 대통령의 승부수는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배신자의 말로는 비참할 뿐”이라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이 전 의원은 영남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왔고, 서울 강남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강남 대형교회 권사로 기독교계 이해를 대변해왔다. 전형적인 보수 주류의 삶이다. 그의 ‘전향’에 대한 국민의힘과 보수 엘리트의 반응은 배신감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보수 세력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다.

여당도 당황했다. 청와대 인사 발표 이튿날 의례적으로 나오기 마련인 환영 메시지가 없었다. 대통령 인선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인사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전 의원의 12·3 불법계엄 옹호 전력은 집권세력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흔든다. 이 전 의원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여당 내부의 뒷맛은 개운치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당 일각의 반응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전 의원 기용에 대한 ‘항변’을 이어갔다. 그는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순 없다. 빨간색이 공동체 구성원 자격을 상실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화제가 된 유승민 전 의원 총리직 제안을 두고도 대통령은 진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신저로 나섰던 이들이 모두 대통령 측근이고, 현 정부 고위직을 맡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통합 인선 의지는 강력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요즘 정치나 인사에 대해 주로 보수 쪽을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탕평 인선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대통령이 말한 ‘정의로운 통합’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정의로운 통합은 봉합이 아닌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내란 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전 의원의 내란 발언에 대한 뒤늦은 사과가 기회주의적일망정, 의미가 없지는 않다. 어떤 이유로든 12·3 불법계엄을 옹호한 이들이 입장 변경을 공식화하는 기록은 더 많아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후대에 남길 역사적 기록이다. 이를 통해 ‘윤 어게인’ 세력이 주변화된다면 퇴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정치적 이벤트는 처음일 때 효과적이다. ‘정의로운 통합’과 ‘공세적 통합’의 공존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통합의 전제를 좀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

결국 통합은 인사로 드러난다. 이 대통령 또한 지난 2일 신년인사회에서 국민통합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밝히며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는 사회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벌써 여의도에서는 보수 인사 기용에 대한 온갖 설이 난무한다.

핵심은 어떤 보수 인사를 영입할지다. 더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 내란 청산과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모두 충족하는 방향으로 인선하는 것이 난망한 일은 아니다. 보수 세력 중에서도 계엄에 반대하고, 윤석열 탄핵소추와 파면에 찬성한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내란 청산은 불법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일당을 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을 넘어서는 문제다. 사회적으로 ‘윤 어게인’의 목소리를 게토화하고, 반쿠데타 세력이 한국 사회 다수연합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반헌법 세력이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내란 극복의 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국민권익위원장 기용설에 주목하게 된다. 이 이사장은 내란에서 자유롭다. 그는 지난해 5월 “군대를 동원해 비상계엄을 한 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했다. 그는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 이사장을 영입하려 했다. 계엄에 명확히 선을 그은 보수 인사가 이 이사장뿐이겠는가.

새해 초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1차적 법적 심판이 이뤄지면 사회 전반에 걸쳐 통합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도 국민통합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단순한 파격과 정치적 이벤트를 넘어선 광폭 인선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강병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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