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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이란 무엇인가

입력 2026.01.04 20:03

수정 2026.01.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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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익’의 시대이다. 원래부터 국익을 지키고 증진하는 것은 모든 정치에서 핵심 문제이다. 더욱이 지난 정권은 무능과 안이함, 이데올로기적 편향, 민주주의적 가치와 제도, 절차의 무시로 나라의 정치, 경제, 안보 이익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그런 만큼 국익을 위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변화된 국제 정치, 경제 환경도 한몫을 한다. 중국의 거침없는 성장, 미국의 거친 국가이기주의는 가뜩이나 기록적인 출생률 저하로 ‘이러다간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정신 바짝 차리고 힘을 키우지 않으면 19세기 말, 20세기 초처럼 강대국의 노리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간다.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난 몇달 동안 이재명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이미지는 이러한 국익을 가장 잘 지켜낼 정부이다. 그 핵심축은 유능한 행정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때부터 경기도지사 시절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행정가로서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행정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스포츠이다. 얼마 전 생중계된 정부 업무보고는 그런 행정의 달인이 어떻게 무대를 장악하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은 유머를 섞어가며 기관장과 고급관료들의 무책임성을 질책하거나 우수한 성과를 칭찬했고 때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런저런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그날 보여준 화려한 퍼포먼스는 그의 지지자들을 넘어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국민 모두는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행정이 정치를 집어삼켜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화려한 ‘행정 퍼포먼스’
국민에게 강한 인상은 남겼지만
행정이 정치 집어삼켜서는 안 돼
충분한 논의 없으면 왜곡 위험

흔히 우리는 무당파적이고 객관적인 행정활동이 있다고 여긴다. 가치와 이념에서 벗어나 오로지 현실에만 충실한 행정활동이 있다고 믿는다. 19세기 독일 관료들은 이익에 휘둘려 현실을 왜곡하고 편파적 주장을 남발하는 정당들 가운데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고 국익을 실현할 유일한 존재가 자신들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 인물이 재상 비스마르크이다. 행정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과장된 기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을 오랫동안 경험한 나라, 정쟁이 심한 나라에서 그렇다. 정치가 하도 난장판이다보니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데이터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일하는 스마트한 엘리트 관료들’에 대한 기대가 반대편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멀리 볼 필요가 없다. 한국도 그렇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런 행정권력, 행정행위는 있을 수 없다. 행정권력이 추구해야 할 국익 자체가 수학 공식처럼 자명하고 무색무취하고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국익이라고 받아들이는 상당수의 주장은 사실 국민들의 이러저러한 이해와 가치가 부딪치고 섞이는 가운데 만들어진 느슨한 동의를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 국익인가에 대한 완벽하고 불변하는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가를 높이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고용률을 올리고 소득을 높이는 것에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목표에 어느 정도의 화력을 어떻게 쏟아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수출을 늘리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한쪽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잘나가는 무기상이 되어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을 하나라도 더 많이 수출하려고 뛰어다니는 것을 모순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익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더 다양한 목소리를 대통령이 듣고 국회의원이 듣고 관료가 듣고 국민 모두가 듣는 장을 더 많이 열어야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너무나 유능해 그 누구보다도 지금 실현해야 할 국익이 무엇이고, 그들 간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궤뚫고 있다 확신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관료를 이끌고 펼치는 국익 실현의 드라마는 공론장에서 충분한 논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화려해도 반쪽에 지나지 않는다. 자칫 위험하기까지 하다. 불균형과 불공정, 왜곡과 기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끌고 가기에 2026년의 대한민국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다. 그리고 민주주의적이다.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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