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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호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참혹한 전쟁의 민낯…‘벙커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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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관객을 1차 세계대전의 참호로 이끈다.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공통의 배경으로 삼아 세 편의 고전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작 공연이다.

각각 '아서 왕의 전설',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하며, 세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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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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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호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참혹한 전쟁의 민낯…‘벙커 트릴로지’

입력 2026.01.05 17:36

수정 2026.01.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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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문규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관객을 1차 세계대전의 참호로 이끈다. 극장 문이 열리면 비좁은 통로를 지나 객석으로 입장하게 된다. 객석과의 구분이 별 의미 없는 어두침침한 무대 위 소품은 탄약박스와 투박한 테이블 정도. 관객은 몸부림치고 절규하는 배우들 곁에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는 목격자가 된다.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공통의 배경으로 삼아 세 편의 고전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작 공연이다. 각각 ‘아서 왕의 전설’,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하며, 세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관람에는 무리가 없다.

그 중 <아가멤논>은 최전방에서 싸우는 저격수를 통해 전쟁이 삶을 어떻게 침식하는지 그려낸다. 무대에는 그리스 신도, 트로이 목마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리스 비극의 구조를 이야기에 겹쳐 깊이를 더한다. 트로이 전쟁을 이끈 아가멤논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킨 인물이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에게 살해당한다.

이야기는 참호 속 저격수, 그의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을 ‘교차 편집’하듯 보여준다. 참호 속 저격수의 전쟁은 한 발씩 진행된다. 그의 표적은 인간이 아니라 그저 대상일 뿐이고, 방아쇠를 당기는 결정은 기계적인 동작에 가깝다. 그는 탁월하게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인간성도 마모되어 간다. 동시에 전쟁은 저격수가 떠나온 가정으로도 확장된다. 그의 부재와 침묵은 가정의 평화마저 무너뜨리고 파국에 이르게 된다. 그가 적에게 명중시킨 총알이 실제로는 자신도 꿰뚫고 있던 셈이다. 고전 비극을 차용한 <아가멤논>은 전쟁이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희생의 구조라는 사실을 감각하게 만든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배경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엠컬처 제공

<모르가나>는 아서, 랜슬롯, 가웨인이라는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을 별명으로 가진 세 친구가 전쟁에 참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쟁의 공포와 참상을 견디기 위해 환상에 빠져드는 젊은 병사들의 모습을 통해 끔찍한 현실을 드러낸다. <맥베스>는 종전을 앞둔 상황에서 지도자의 광기와 집착으로 무의미한 죽음이 이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종전을 자축하는 행사에서 공연되는 ‘맥베스’와 실제 상황을 교차시켜 인간의 욕망을 폭로한다.

세 작품을 모두 관람하면 공통 연결고리를 따라가며 연작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다. 한 편만 관람하더라도 작품의 밀도와 개성을 느끼는 데 부족함은 없다. 영국 극작가 겸 연출가 제스로 컴튼의 ‘트릴로지’ 시리즈인 이 작품은 2013·2014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되며 주목받았다.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가 참여한 국내 라이선스 공연도 2016·2018년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이번 시즌도 2월1일까지 오픈된 티켓은 전석 매진 상태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3월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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