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이 전하는 베네수 상황
마두로 액자 들고…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이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공습 당시 베네수엘라에는 우리 교민 7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공습이 이뤄진 수도 카라카스에서 2011년부터 거주해온 사업가 문익환씨(59)는 5일(한국시간) 현지 분위기에 대해 “공습 당일보다는 안정됐다”면서도 “현지인들은 여전히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지난 3일 오전 4시쯤 해외에 있는 딸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그의 집은 미군이 공격한 시몬볼리바르 국제공항과 약 2.5㎞ 떨어져 있지만 직접적으로 공습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선박 폭침 이후에 대사관과 대비
경찰·관변단체 민병대 불시검문
시민들, 정치 얘기는 일절 안 해”
문씨는 “지난해 9월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을 폭침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대사관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공습이 이뤄지니 ‘올 게 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집에 열흘치 식량을 준비해놨지만 여분의 물과 채소를 확보하기 위해 공습 당일 오후 마트로 향했다. 마트 앞에는 100명가량이 줄을 서 있었다. 문씨는 20여분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 쇼핑을 포기했다. 사재기는 공습 다음날 진정되기 시작했다.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던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으로 끌려갔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정권을 두려워하고 있다. 문씨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환호하는 모습은 지난 이틀간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나 관변단체 민병대가 불시에 검문을 한다. 2024년 대선 때는 부정선거에 반발해 시위한 사람 사진을 찍어서 집까지 찾아갔다”며 “아직도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금도 어떤 상황일지 모르니까 사람들이 정치 얘기도 안 하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위협한 2025년은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에게도 힘든 한 해였다고 했다. 경제난이 심화한 데다 정부 지출이 대거 축소되면서 현지인들의 지갑이 닫혔다. 그는 “2012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280명 정도 있었지만 현재는 약 120명이 남았다”며 “남은 사람들은 영주권, 사업장 재고 처분, 부동산 처분 등 문제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