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고위 관료들과의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시위대 탄압 시 개입 시사
이란, 미 공격 대비 심야 긴급회의
하메네이 망명 계획 마련 보도도
이란의 경제난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이란 지도부가 동요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사진)의 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들(이란 정부)이 과거에 했듯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면 미국의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평화로운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미국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는 것을 지켜본 이란 지도부와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경고가 나온 지난 2일 심야 긴급회의를 열고 시위대의 폭력 사태를 최소화하고 대중의 분노를 부추기지 않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미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 불안과 이스라엘·미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라는 문제에 대처할 수단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이란이 생존을 최우선하는 ‘생존모드’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1989년부터 권력을 잡고 이란을 철권통치해온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향한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고물가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시위에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왕이든 최고지도자든 억압자에게 죽음을” 등 반정부 구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 이란 31개주 중 26개주 220곳 이상으로 시위가 확산됐으며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99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지난 3일 경제에 대한 불만을 인정하면서도 “폭동을 일으킨 자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메네이가 축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정학 자문사 글로벌그로스어드바이저스의 이란인 컨설턴트 루즈베 알리아바디는 “이란 정권이 하메네이 축출 가능성을 더욱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마두로 생포는 이란 정국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전문가 무스타파 파크자드도 “(마두로 생포 이후) 이란 정권의 선택지가 매우 좁아졌다”고 WSJ에 말했다.
하메네이가 군이 통제력을 잃는 상황에 대비해 망명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도 나왔다. 더타임스는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하메네이가 군이 시위 진압에 실패하거나 현장에서 이탈할 경우에 대비해 20명의 측근, 가족들과 수도 테헤란에서 탈출해 국외로 도피하는 내용을 담은 비상계획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해외 자산과 부동산, 현금을 확보하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