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서울시의원이 지난해 12월31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1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의 장본인이다. 경찰은 출국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김 시의원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법무부에 신청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강 의원이 김 시의원으로부터 돈 받은 정황이 담긴 전화 녹취가 보도된 게 출국 이틀 전인 12월29일이다.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하고 방심한 사이 피의자 격인 김 시의원이 도피성 출국을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6일 김 시의원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보관했다고 알려진 강 의원의 전직 보좌관을 불러 조사했다. 시점상 완료했어야 할 강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초동 단계에서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강제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범죄자들에게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 기회를 준 셈이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수사에 지침으로 의심할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에 나와 “‘시스템 에러’라기보다는 ‘휴먼 에러’에 가깝다”고 말했다. 개인 일탈이지 당내 공천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상 규명은 더딘 터에 수사받는 정당이 할 소린 아니다. 정 대표가 ‘휴먼 에러’로 축소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 아닌가.
민주당의 공천헌금 비리 의혹은 확산 일로다. 강 의원이 대책을 상의했던 김병기 의원도 과거 돈을 받았다는 탄원이 제기되고, 이 사실을 김현지 당시 이재명 대표 보좌관과 정 대표 등이 알고도 유야무야 처리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김 의원 개인 비리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강 의원 관련 의혹에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경찰 수사 무마 의혹, 자녀의 대학 편입·취업 관련 의혹 등 가짓수와 내용이 백화점 수준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유튜브에 나와 “제명당하는 한이 있어도 탈당은 않겠다”며 유체이탈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경찰은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이 범한 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도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수사력을 검증받는 시기다. 사건 관련자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엄정한 수사로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증명하기 바란다.
강선우 의원. 경향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