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위원이 지난해 10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6일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 감사원 전현직 고위 관계자 6명을 재판에 넘겨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들은 조은석 당시 주심 감사위원(현 내란 특검)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전자감사관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까지 조작해 그의 결재 절차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는 조 전 감사위원이 관련 사실을 공개한 지 2년3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그야말로 ‘지연된 정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에 따르면, 최 전 원장 등은 2023년 6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결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감사보고서를 확정·시행했다.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결재를 거쳐 감사보고서를 시행토록 돼 있는 감사원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들은 주심 감사위원의 결재 절차를 패싱하려고 감사원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주심위원의 열람·결재 버튼을 아예 삭제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이번 수사 결과는 조 전 감사위원의 주장을 확인한 수준이다. 조 전 감사위원은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현희 감사보고서가 주심위원인 내 결재 없이 불법적으로 공개됐다”고 폭로했다. 이 복잡할 것도 없는 사건을 처리하는 데 공수처에서 2년3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미적거린 것 아닌가. 그러는 사이 감사원의 ‘윤석열 친위대’식 정치감사는 줄을 이었고,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설립한 공수처의 직무유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검찰과 함께 윤석열 체제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었다. 감사원이 야당이나 전 정권 인사를 표적 감사하면, 검찰은 감사자료를 넘겨받아 기소하는 게 공식이었다. 유 전 사무총장이 그걸 주도하고 최 전 원장은 묵인했다. 그렇게 감사한 서해 피격 사건, 월성원전 감사 방해 사건 등은 줄줄이 무죄가 나고 있다. 반대로, 감사원은 윤석열 부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불법 공사 의혹에 대해선 맹탕 감사를 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 봐주기 감사의 전모를 밝혀내지 못하고 경찰에 이첩했다. 이 모든 위법 행위를 규명하고 처벌해야 감사원이 권력의 사병 노릇 하는 참담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최재해·유병호 감사원’에 대한 단죄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