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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란도

입력 2026.01.06 18:34

수정 2026.01.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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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예성강은 황해도 곡산군 고달산(868m)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고려 시대 예성강 하류에 ‘푸른 물결의 나루’ 벽란도(碧瀾渡)가 있었다. 수심이 깊어 밀물 때는 큰 배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수도 개경과 12㎞ 거리로 가까워 외국에서 고려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송(중국), 왜(일본), 교지국(베트남), 섬라곡국(태국), 마팔국(인도), 대식국(아라비아) 상인들이 벽란도에서 교역을 했다. 벽란도는 국제 무역항이자 해상 실크로드 종착지였다. 고려가 ‘코리아’로 세계에 알려진 것도 이때다.

벽란도를 찾는 외국 상인의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고려는 종이·인삼·나전칠기 등을 수출했고, 비단·약재·서적을 주로 수입했다. 특히 닥나무 껍질로 만든 고려의 종이 ‘고려지(高麗紙)’는 희고 매끄럽고 질기고 잘 변질되지 않아 중국 문인들이 중요한 서적을 만들 때 애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고려지가 서적이 되어 고려로 들어왔다. 기술과 지식의 선순환이었던 셈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광종은 고려에 사신단으로 왔던 중국 후주 출신 쌍기를 임용해 과거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고려는 귀화한 외국인들이 적잖을 정도로 다문화 사회였다. 고려가 개방성·관용성·국제성을 갖게 된 데에는 벽란도의 역할이 컸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첫날인 5일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벽란도 정신을 주목하자”고 말했다. 벽란도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기술, 사상과 문화 교류의 장”이었으며,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국 기업인들에게 “한·중 협력의 배를 띄워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 원년’의 계기라고 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면서도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통상 파고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 세계와 소통했던 고려의 역동성처럼, 한·중 협력을 한 단계 도약하자는 것이 ‘벽란도 정신’일 게다. 한강과 임진강이 예성강을 만나 함께 서해로 가듯, 북한도 벽란도 정신에 함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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