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제시한 2040년까지의 의사 부족 규모를 놓고 보면, 연간 의대 신입생 증원 규모는 430~800명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 정부가 정원 규모를 확정하는데 속도전을 내면서, 증원된 의사를 어디로 보내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실에서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를 열었다. 보정심에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의료공급자·수요자 단체, 학계 인사 등 위원 25명이 참석했다. 보정심은 보건의료 분야의 최고위급 정책 심의기구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와 방향을 최종 논의·의결하는 회의체다.
회의는 지난해 12월 말 활동을 마무리한 추계위의 최종 수급추계 결과 공식 보고로 시작했다. 추계위는 2040년 의사 수 부족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1136명으로 최종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추계위는 현행 제도를 기준으로 의사 공급을 추산한 ‘공급 1안’과, 의사의 은퇴·이탈 구조 변수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한 ‘공급 2안’을 병행해 분석했다. 2040년 기준 의사 수는 공급 1안에서는 약 7000~1만1000명, 공급 2안 기준으로는 약 5000~900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공급 1안 기준으로는 해마다 약 540~800명, 공급 2안 기준으로는 약 430~690명의 의사를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추계위 내부의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의사 부족 규모는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됐다. 수식을 단순히 따른다면 연간 증원 규모는 최소 430명에서 최대 800명까지 벌어질 수 있으며,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증원분을 별도로 계산하는지 여부에 따라 150~200명 가량의 추가 조정 가능성도 있다.
2차 회의에서 위원들은 추계위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추계위에서 인공지능(AI) 등 의료기술 발전, 의사 근로행태 변화 등의 핵심변수들이 의도적으로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측 위원은 현재 의대 교육여건이 포화상태인 만큼, 증원 시에 교육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계위 결과에 대한 평가가 갈리면서, 결국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한 논의는 힘겨루기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은 “과거 20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의료수요를 전망해 과다 추계를 해 의사가 부족해 보이게 하는 문제가 있는 결과”라고 했다. 반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으로 구성된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전날 “코로나19와 의·정 갈등이라는 비정상 시기를 정상으로 고정한 것이 의사 수 부족을 과소 추계했다”며 “(의료계는)직역 이기심으로 절차를 흔들지 말라”고 반박했다.
정작 늘어난 의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필수의료 분야나 의사 부족 지역에 증원분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원칙이 함께 논의되지 않는다면, 설득력과 실효성 떨어지는 증원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보정심 1차 회의록을 보면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2000명 증원 결정 당시 배정위원회가 교육부에 있었지만, 회의록도 없고 대학병원별 배정 기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옥민수 울산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도 “양성 규모뿐 아니라 배정·배치와 양성 방식에 대한 기준이 중요하다”며 “필수의료 등 특수 목적을 고려한 인력 양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이번 2차 회의에서도 반복됐다.
복지부는 3차 회의에서는 “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존중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지역의료 격차와 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 해소, 미래 의료환경 및 정책 변화 등을 보정심 심의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더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