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14건, 양국 경제 경쟁 관계로 바뀐 상황서 새 협력사업 발판
각급 소통 강화, 대북정책 포함될 듯…서해 경계 획정 회담 약속도
중국 발표문엔 한반도 문제 제외…‘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 우선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 복원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6일 나온다. 양국이 변화된 경제관계 속에서 협력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해 전날 시 주석과 회담을 개최한 건 지난해 11월1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한·중 정상이 전례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재회하면서 관계 발전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회담에서 양측 정부·기관이 민생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14건을 맺은 건 새로운 협력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양국 경제가 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바뀐 상황에서 이에 맞는 협력사업을 찾아야 한다”며 “관계 복원을 위한 가장 쉬운 협력부터 시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양측 간 대화는 보다 활성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정상은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외교당국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대화 채널을 복원키로 했고, 국방당국 간 소통·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소통 주제에는 대북정책도 포함될 수 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도 확인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브리핑에서 전했다. 특히 두 정상은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정부의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에 대해 중국이 공동의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한·중이 서해에서 해양경계 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을 연내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서해에서 한·중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논란도 해양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과 관련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해양경계 문제의 추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며 “서해 구조물 문제도 실무 회담을 통해 진전을 만들 여지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측이 발표한 정상회담 결과에는 한반도 문제는 제외됐다. 비핵화 불가와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는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해 문제도 빠졌는데, 중국 입장에서 해당 사안이 후순위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대신 시 주석의 대만 문제, 미국 견제, 일본 겨냥 발언 등을 실었다. 시 주석은 특히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배려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중국을 향한 적대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여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중대한 우려’를 두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한국 배치 등이 해당할 수 있다”며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계속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한·중관계 순항 여부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국 전문가는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압박할 때 한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