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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겨울

입력 2026.01.07 20:04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짜릿한 겨울

결혼 전 막 연애를 시작할 때 택시 뒷자리에 아내와 나란히 앉았던 기억이 있다. 급커브를 돌 때 몸이 한쪽으로 쏠려 아내 팔에 닿으면 온몸이 감전된 듯 짜릿했다. 저 앞에 커브 길이 보이면 일찌감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결혼한 지 이미 30년도 더 지난 요즘도 가끔 짜릿할 때가 있다. 특히 겨울에.

플라스틱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빗을 따라 위로 딸려 올라가고 가전제품 상자를 뜯다 부서진 작은 스티로폼 조각은 바지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정전기는 말 그대로 전기 전하가 한곳에 정체되어 쌓이는 현상이다. 두 물체를 붙여놓고 문지르면 양쪽에 정전기가 쌓이는 현상을 마찰전기(triboelectricity)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마찰을 뜻하는 tribo와 나무 수액이 땅속 환경에서 변성되어 만들어지는 광물인 호박(elektron)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그리스 시대에 이미 호박의 마찰전기 현상이 알려져서 호박이 전기의 뜻도 갖게 된 셈이다.

머리빗, 스티로폼, 옷뿐 아니라 사람 머리카락과 피부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물질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깊은 안쪽에는 양의 전하를 가진 원자핵이 있고 바깥쪽에는 음의 전하를 가진 여러 전자가 있다. 두 물체를 붙여 문지르면 한 물체 안 원자의 바깥 전자 일부가 다른 물체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하다. 전자가 얼마나 쉽게 다른 물체로 옮겨갈 수 있는지는 물질마다 다르다. 전자를 내어놓는 정도가 강하고 약한 두 물질을 마찰시키면 전자를 쉽게 내어놓는 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자가 이동해 각각 양과 음의 정전기 전하를 갖게 된다. 여러 물질의 마찰전기 효과를 짝지어 비교하면 대전된 전하량을 기준으로 여러 물질을 양에서 음의 방향으로 순서대로 늘어놓을 수 있다. 마른 피부-가죽-유리-머리카락-울-종이-합성 섬유의 대전 순서가 알려져 있다.

겨울철 우리 몸과 옷은 연이어 외부의 다른 물질과 접촉해 마찰한다. 마찰이 계속되면 점점 더 많은 전자가 한쪽으로 이동해 결국 상당한 정전기 전하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쌓인 전하로 수천에서 수만V에 이르는 전위차가 생기는데 손을 뻗어 자동차 문의 금속 손잡이를 잡을 때 수 마이크로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전하가 방전된다. 이동한 전하량을 시간으로 나눈 것이 전류여서 손가락 끝에서 짧은 순간 짜릿한 전기 충격을 느끼게 된다.

상대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많은 수분을 포함한 대기가 우리 몸에 쌓인 전하를 쉽게 빼앗아가고 습도가 낮은 겨울에는 우리 몸 피부에 더 많은 정전기 전하가 쌓인다. 여름보다 겨울이 더 짜릿한 이유다. 기온이 영하인 겨울날 집에 들어오면 온도가 높은 실내 공기를 만난다. 온도가 높을수록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이 많아서 겨울철 실내의 상대습도가 실외보다 낮다. 공기 중 수분의 절대량이 아닌 상대습도가 정전기 현상에 더 중요해 온도 높은 실내에서 더 짜릿한 정전기 방전을 경험하게 된다. 집에 막 들어온 아내의 겉옷이 더 짜릿한 이유다.

겨울철 짜릿한 정전기를 막는 방법으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가습기다. 실내 습도를 높여 피부에서 공기로 전하가 이동하는 것을 도와 많은 전하가 몸에 쌓이는 것을 막는다. 손과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보습제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합성 섬유보다 천연 섬유로 만든 옷이, 합성 섬유가 아닌 가죽으로 만든 실내화가 많은 양의 정전기가 쌓이는 것을 막기에 더 낫다. 플라스틱 재질보다 금속 재질의 머리빗이 더 유리하다. 머리카락의 전하가 금속 머리빗으로 쉽게 옮겨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외출에서 돌아와 겉옷 표면을 금속 옷걸이로 빗자루 쓸 듯 몇번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전이나 열쇠를 쥐고 만지려는 물체에 접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전기 방전으로 흐르는 전류의 순간적인 강도를 동전 같은 중간의 금속 도체가 줄여주기 때문이다. 많은 정전기 전하가 쌓였을 때 주먹을 쥐고 주먹 뼈 부분으로 금속에 먼저 접촉하는 것도 좋다. 주먹 뼈 부분에는 감각 신경이 손가락보다 적어서 같은 크기의 전기 방전을 조금은 둔감하게 줄여서 느낄 수 있다.

우리 몸 안 신경 정보 전달은 전기적인 펄스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옷깃만 스쳐도 짜릿했던 연애 시절 느낌도, 아내와의 겨울철 정전기 방전의 짜릿함도, 모두 그 근원은 전기적인 물리 현상이다. 추운 겨울날 집에 막 돌아온 아내와 스치며 느끼는 짜릿함에서, 연애 시절 택시 안 즐거웠던 짜릿함을 떠올린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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