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탄은행이 지난 2일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교회를 찾은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연탄을 나눠주고 있다. 백경열 기자
“풍족하게 나눠 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죠.”
지난 2일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교회에서 만난 대구연탄은행 관계자가 연탄을 꺼내며 말했다. 교회가 운영을 돕는 대구연탄은행에는 이날 인근 주민 2명이 하루 난방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인 연탄 3장씩을 받았다.
이 교회 이대희 목사는 “인근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연탄보일러를 쓰는 가구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이 적지 않고 이들에게 연탄 1장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하루 4~5장의 연탄이 필요한데, 기부금이 줄면서 필요한 양을 나눠주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고령층 등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해마다 줄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식어가는 연탄불의 온기를 되살리기 위해 공공지원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연탄사용가구는 5만9695가구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치(2023년)인 7만4167가구에 비해 19% 줄었다. 전국 총 가구수(5115만 4981가구)의 약 0.1%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낮다.
하지만 노후 주택에 머무는 저소득 및 고령층은 여전히 난방비 부담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연탄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경유를 이용한 난방 시 한 달 기준 약 40만원(1.5드럼)이 들지만, 연탄(1장 900원)은 하루 5장(150장)을 기준으로 13만5000원이 필요하다.
대구는 연탄사용가구가 2년 전보다 12%가량 줄긴 했지만,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연탄사용가구 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는 1620가구로 서울(1129가구)보다도 많았다.
대구시는 지난해 연탄보일러를 쓰는 871가구에 연탄쿠폰(47만2000원)을 지원했다. 다만 2023년과 2024년 각 969가구, 923가구 등으로 매년 창고 면적을 좁히고 있다.
연탄사용 가구가 겨울철(10~3월)을 나기 위해서는 1000장가량이 필요하지만 지자체 지원으로는 2개월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연탄은행측은 설명했다. 부양의무 기피 등으로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가구는 이마저도 제외도고 있다. 이 같은 소외가구는 지난해 대구에서만 432가구에 이른다.
대구연탄은행에서 만난 김모씨(64)는 “수급 자격 등은 없어서 연탄쿠폰은 받지 못하고 민간 지원에 기대고 있다”면서 “남편이 아들과 함께 막노동판에 나가고 있지만 불경기에다 겨울철이라 일감이 없어 공치는 일이 많다. 연탄은행의 도움이 없었다면 막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품을 팔아 연탄을 구해봐도 2월말쯤부터는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최대한 아껴쓰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후원의 사정도 좋지 않다. 대구연탄은행은 2016년부터 매년 8만~9만장의 민간 지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2021년에는 17만2000장으로 도움의 손길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7만4000장으로 줄었고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탄은행측은 “민간단체가 정부나 지자체 지원의 연탄 부족분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서서, 일차적으로 담당해야만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서 “경기침체 탓에 후원과 봉사가 줄고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지자체 지원 확대 등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