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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작은 도시

입력 2026.01.08 20:00

수정 2026.01.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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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미안하지만 우리는 망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0.78명이라는 세계 최저 합계출생률을 들은 한 외국인 교수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했는데, 이후 출생률은 더 떨어져 2023년 0.72명을 찍었다. 2050년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약 절반인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죽하면 한 시의원은 출생률을 높이자며 케겔 운동을 ‘조이고 댄스’라고 선보였는데, 이로써 나는 우리가 진짜 망했구나, 실감해야 했다.

지금까지 인구와 경제, 도시의 성장은 하나였다. 그런데 <축소되는 세계>의 부제처럼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함께 축소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지구의 암적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가 감소하면 지속 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라 반긴다. 그러나 나는 인구 감소만으로 지구에 이롭다는 생각은, 인구 증가를 경고한 맬서스조차 울고 갈 만큼 자기 파괴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구는 많지만 환경 부하가 낮은 남반구 국가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은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진행될 것이며, 우리가 연명해 온 사회제도와 산업이 통째로 사라지고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녕 축소되는 세계에서 파국을 피해 연착륙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먼저 쇠퇴나 소멸이라는 말 대신 축소나 ‘작은 도시’라는 표현을 쓰겠다. 버젓이 존재하는 곳을 소멸이라 부르는 순간, 절망감만 남는다. 축소도시에서는 남은 자원으로 인구가 줄어도 살고 싶은 곳으로 전환해야 한다. 바로 지속 가능한 지역 설계다. 인구가 줄고 구도심이 비어가는데 신도시에 새 건물을 지어봤자 인구 뺏기밖에 안 된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행정, 상업, 의료, 교통이 모이는 핵심 지구를 만들고, 이를 대중교통으로 주변 지역과 연결한다. 인구와 지역 모두 팽창을 포기하고 집적할 때, 인프라 활용도와 생활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아오리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현이 이러한 방식으로 고령 친화 도시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그럼 빈집과 땅이 남을 것이다. 독일 통일 이후 인구가 20만명 줄어든 라이프치히는 빈 건물과 주택, 공장을 공공시설로 전환하거나 철거한 뒤 도심 텃밭과 공공 정원으로 바꿔냈다. 독일 주택협회는 최소한의 계약금과 관리비로 빈집과 세입자를 연결해 빈집과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현재 라이프치히는 독일에서 베를린 다음의 ‘핫한’ 도시로 뽑힌다. 지구의 30%를 보호구역화하는 ‘쿤밍-몬트리올 협약’이나 개발지를 야생으로 되돌리는 ‘리와일딩’을 위해서라도 인간 서식지를 핵심 지구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

X세대인 나는 교실이 부족해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뉜 이부제 등교를 했다. 인구도 경제도 팍팍 성장하던 시절이었지만,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콩나물시루 같은 사회가 좋기만 했겠느냐고 답하겠다.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지속 가능하면서도 살고 싶은 소도시, 즉 지역 안에서 전기와 물자를 생산하고 시민들의 교류가 활발하며 녹지와 가깝게 연결되는 저탄소 15분 도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성장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할 매력적인 소도시가 필요하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이런 공약을 듣고 싶다. 나 역시 서울을 떠나 축소도시로 내려갈 준비를 하려 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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