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 김선영 옮김
어크로스 | 348쪽 | 2만원
제목만 봐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배부름을 넘어서 자극적인 식탐에 빠져든 인류가 지구와 인류 자신을 어떻게 위험에 빠져들게 하는지 경고하는 내용들이다.
먹거리 생산이라는 명목하에 지구의 훼손도는 날로 심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산되는 수많은 먹거리는 오히려 인류의 건강을 좀먹는 주범이 되고 있다. 화학물질로 범벅이 된 초가공식품들은 기아를 해결하는 기적인 동시에 재앙이 됐다.
몸에 나쁜 정크푸드 대신 신선 식품을 섭취하고 직접 요리해서 가족들을 먹이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해법이다. 즉 개인이 의지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중적 인식에 대해 이 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조차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손봐야 할 대상은 식량시스템이다. 영국의 사례만 놓고 보자.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은 패스트푸드 매장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어 신선식품을 사기 어렵다. 대중교통을 타고 15분 이상 움직여야 한다. 포장 시스템상 적은 용량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혹 샀더라도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크다. 냉동공간, 혹은 조리대가 갖춰진 주거공간이 최소한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재 영국에서 280만명은 냉동고가, 190만명은 가스레인지가 없는 공간에 산다. 실수를 해가며 요리법을 익힐 여유도 없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 재료를 샀기 때문에 작은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일하느라 정신 없는 부모, 배고픔과 결핍에 지친 아이들. 생존에 급급한 이런 가정에서 건강까지 챙기면서 무언가를 따져 먹는다는 것은 비현실적 이야기다.
저자가 상당량의 부분을 할애해 주장하는 것은 정부와 산업, 시민이 힘을 모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치적·정책적 결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부 주도로 건강 식문화를 일궈낸 일본, 정책과 시민의 노력이 합작해 성공한 핀란드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