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메일 입수…2024년 ‘채용배제 명단’ 폭로 전부터 운영 정황
‘취업 방해 금지’ 법 위반 소지 인지하고도 ‘우회적 방법’ 등 검토
‘퇴직금 수사’ 상설특검, 노동부에 관련 기록 요청 등 수사 확대
쿠팡이 2020년에도 채용 배제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2024년 공익제보자를 통해 폭로된 쿠팡의 블랙리스트는 2022~2023년 운용된 것이었는데 쿠팡이 그 전부터도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8일 경향신문이 쿠팡에서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로 일했던 A씨 측을 통해 입수한 내부 e메일을 보면, 쿠팡은 2020년 11월12일 고용노동부의 채용절차법 점검에 대비한다며 ‘쿠팡친구(전 쿠팡맨) 채용 과정에서 활용되는 심사숙고 고려 대상자 리스트 문제’를 공유했다.
e메일에는 해당 리스트가 ‘고령자, 운전 테스트 시 태도 불량자, 해고로 퇴사한 인력, 성범죄 이력자 등을 관리하다가 이들이 쿠팡친구에 지원할 경우 입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어 “이는 근로기준법 제40조의 근로자 취업 방해 금지 규정에 저촉된다”고 명시했다. 채용 배제자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는 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쿠팡도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나 명부를 작성·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쿠팡이 블랙리스트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이를 우회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 대목도 드러났다. e메일 작성자는 ‘다른 우회적 방법으로 쿠팡친구 중 고객이나 공중의 안전을 위협할 잠재적 위험 인물의 입사를 예방할 수 있는지’ ‘리스트의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다른 법률이 있는지’ 등을 연구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1월14일 e메일에선 ‘심사숙고자 리스트’ 및 ‘과거재직자 재입사 추천/비추천 정보 모두 삭제’가 명시돼 결국 내부 삭제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쿠팡이 유사한 블랙리스트를 계속 운영한 정황이 2024년 2월 공익제보자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공익제보자 김준호씨는 2022년 11월부터 5개월간 쿠팡풀필트먼트서비스(CFS) 지역센터 인사팀에 근무하면서 ‘PNG(Persona Non Grata·기피인물) 리스트’를 활용해 취업 지원자들을 배제하는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는 1만6450명의 이름·생년월일·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취업 불가 사유가 담겨 있다. 쿠팡CFS는 절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이들의 재취업을 막기 위한 ‘정상적 인사평가 자료’라고 해명했지만 쿠팡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기자 등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그간 경찰과 노동부가 수사해왔다.
인천지검 부천지천 등의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무마 의혹 등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상설특검은 지난 7일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에 쿠팡 ‘PNG 리스트 사건’ 관련 기록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서울 송파경찰서로부터도 사건기록을 넘겨받은 상태다.
쿠팡은 ‘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 운영 여부에 대한 경향신문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