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13~14일 방일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
중국 희토류 통제 관련 논의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3~14일 1박 2일간 일본 나라시를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후 첫 일본 방문이다. 양 정상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 미래 산업 분야를 포함한 민생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1박 2일로 일본의 나라시를 방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 실장은 “경주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음 셔틀외교는 총리의 고향인 나라시에서 열어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 후에 일본 측이 나라시로 초청하여 이번에 방일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첫날인 13일 오후 나라시에 도착해 다카이치 총리와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한다. 회담을 마친 뒤에는 양국 정상의 공동 언론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두 정상은 이후 일대일 환담과 만찬을 함께 하며 친교 일정을 한다.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이자,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사퇴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로는 두 번째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한 바 있다.
과거사 문제, 인도적 측면 협력 방안 논의
“조세이 탄광, 유해 DNA 수사 등 진전 모색”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본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위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측면의 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지 인근에 있는 해저 탄광으로, 태평양 전쟁 때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동원된 곳이다. 1942년 2월3일 갱도 누수로 인한 수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총 183명이 사망했다. 위 실장은 조선인 희생자 수습 문제에 대해 “서로 협의하고 있는데 지금은 초기적인 단계에서의 진전”이라며 “유해에 대한 DNA 수사라든지 그런 면에서 새로운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극우 성향이란 평가에도 한국 정부에 협력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 “이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어떤 사안을 보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국정 전반을 책임지게 됐을 때 보는 건 다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지금까지 두 정상이 이끌어온 한·일 관계는 좋고, 이번에도 그런 원만하고 협조적 관계를 이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독도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과 관련해선 ‘선순환 사이클’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는 한·일 간 언제나 있다. 과거의 문제, 현존하는 이슈를 잘 다뤄서 미래 협력에 지장이 안 되게 해야 한다”며 “햇볕이 좋을 때 긍정적 에너지를 축적해 좋은 실적을 내고, 어려운 일을 다뤄야 할 때 축적해온 좋은 에너지로 풀어보자(는 것이 정부의 기조)”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논의 있을 수 있다”
북, 일 아시안게임 선수단 파견 “유의하고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본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위 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최근 중국의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 상황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위 실장은 북한이 오는 9월 일본에서 열리는 하계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할 가능성과 관련해 “유의하고 있다”면서도 북한 선수단 파견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방일 이튿날인 14일 오전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나라시에 있는 법륭사(호류지)를 함께 찾을 예정이다. 법륭사는 일본 성덕종의 총본산으로, 호류지의 서원 가람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 동포 간담회를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위 실장은 “비록 1박 2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양 정상은 총 5차례에 걸쳐서 대화를 나누게 되며, 한·일 양국의 현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부 일본 매체가 이 대통령이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장소를 찾아 헌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데 대해선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일본에서 제기한 적도 없다”고 했다.
위 실장은 이번 순방의 성과로 “셔틀외교를 통한 양국 정상 간의 유대와 신뢰 강화”를 꼽았다. 위 실장은 “다카이치 총리 고향인 나라에서 양 정상 간 개인적 유대가 더 깊어지고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역내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정상 간 지역 및 글로벌 현안 관련 긴밀한 소통으로 양국 간 협력이 심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