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개발구상. 국토교통부 제공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이전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논쟁의 포문을 연 사람은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전북 완주 진안 무주)이다. 차기 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안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논쟁이 여야와 지역을 넘어 전국적 이슈에 해당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포항시장이 ‘용인 반도체의 지방 분산 이전은 국가 전략 과제’라고 밝힌 것은 이 문제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요구가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을 둘러싼 본질적 논쟁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능 분담론’이나 ‘송전선로 보상 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의원은 “기능을 분담하거나 통행세를 받자는 식의 접근은 문제의 진앙을 잘못 짚은 미봉책일 뿐”이라며 “핵심은 전력·용수 대란과 RE100 대응 불가능성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송전선이 필요 없는 구조로 산업 입지를 재설계하는 일”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용수 여건을 갖춘 전북이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쟁을 놓고 ‘전북이 경기도 사업을 빼앗으려 한다’는 단순한 지역 대결 구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라도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입지 전략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의 영역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전국 각지 주민들이 초고압 송전탑 건설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지역 위기론’에 힘을 보태며 더욱 구체적인 실행 원칙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함)’를 포함한 4대 원칙(재배치·송전탑 최소화·계통 안정화)을 내세우면서 “에너지 생산지가 일방적 희생을 감내하는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장거리 송전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산업과 인구가 함께 모이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특히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입지 선택은 기업의 권한이지만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의 깊이는 달라진다”고 밝혔다.
차기 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이원택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신설된 ‘한중 상무 협력 대화’와 산업단지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언급하며 “15년간 중단됐던 장관급 소통 채널의 복원은 새만금이 동북아 공급망의 전략 거점으로 도약할 골든타임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인 8일 브리핑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 기업의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이전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적 판단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지방의 추가 클러스터 조성은 적극 지원하겠다”며 분산 투자 가능성만큼은 열어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도는 사업의 안정성과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 ‘현실론’으로 맞서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속도는 곧 국가 경쟁력의 생명”이라며 “이미 100조원대 투자가 진행 중인 대형 국책 사업을 흔드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발전은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며 청와대가 재확인한 기존 원칙에 따라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