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사기 제국은 끝났다”···꼬리 자른 캄보디아, ‘범죄왕’ 천즈 중국으로 넘겼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헝클어진 머리, 푸른색 점프수트 차림에 손과 발이 포승줄로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끌려가는 남성.

형사 사건 피의자들에게 입히는 이 푸른색 옷에는 베이징 둥청구 구치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둥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캄보디아 대규모 온라인 사기 범죄단지의 배후로 지목돼 온 프린스그룹의 천즈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됐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사기 제국은 끝났다”···꼬리 자른 캄보디아, ‘범죄왕’ 천즈 중국으로 넘겼다

입력 2026.01.10 06:00

수정 2026.01.10 19:06

펼치기/접기
  • 박은경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구치소 명칭 드러난 푸른 수의 입고

포승줄 압송 장면 대대적 공개한 중국

권력 비호로 구축된 ‘거대 범죄 왕국’

‘자산 동결’ 국제사회 전방위 압박에

버티던 캄보디아 정부마저 ‘국적 박탈’

사기 조직 수괴로 지목된 천즈(가운데)가 8일 수갑을 찬 채 베이징 공항에서 중국남방항공 항공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가 공개한 영상 캡처. AFP연합뉴스

사기 조직 수괴로 지목된 천즈(가운데)가 8일 수갑을 찬 채 베이징 공항에서 중국남방항공 항공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가 공개한 영상 캡처. AFP연합뉴스

헝클어진 머리, 푸른색 점프수트 차림에 손과 발이 포승줄로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끌려가는 남성. 형사 사건 피의자들에게 입히는 이 푸른색 옷에는 베이징 둥청구 구치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둥칸(東看)’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중국 관영 매체는 7일 구치소 명칭이 또렷이 드러난 복장을 입힌 채 압송되는 이 장면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겉으로는 프린스 그룹의 회장으로 성공을 거둔 30대 사업가였지만 실체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 ‘웬치’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 천즈는 지난 6일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지 하루 만에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프린스 그룹 홈페이지에 실린 단정한 정장 차림의 젊은 기업가 모습은 압송 장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캄보디아 훈 센 가문의 강력한 비호 아래 ‘프린스 그룹’이라는 거대 범죄 왕국을 구축하고 캄보디아 국적까지 취득했던 천즈가 하루아침에 범죄자 신분으로 전락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천즈는 훈 마네 총리와 훈 센 전 총리의 고문직을 수행하며 사실상 사법적 면책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국제 사회의 주목이 쏠린 가운데서도 초기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달 그의 국적을 전격 박탈하고, 중국 공안과 공조해 체포·압송에 나선 데에는 국제 사회가 형성한 촘촘한 경제적·정치적 압박망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  프린스그룹 홈페이지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 프린스그룹 홈페이지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당국이 온라인 사기 네트워크를 운영한 혐의로 천즈를 체포·송환한 데 대해 “전 세계에서 수백억 달러를 갈취해 온 동남아 온라인 사기 산업에 가해진 보기 드문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는 이미 천즈를 예의주시해 왔다. 미 당국은 천즈를 온라인 사기 범죄뿐 아니라 인신매매한 노동자들을 고문하고 착취하는 이른바 ‘범죄 공장’을 운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논란 초기만 해도 캄보디아 정부는 “범죄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며 그의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실권자들의 고문직을 맡고 있던 인물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사실상 금기였다.

전환점은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이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캄보디아가 천즈와 연루된 사기 거점에 대한 단속을 요구받으며 외교적 압박에 직면한 점을 전격 체포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은 천즈의 영국 내 사업체와 자산을 동결했고 한국·싱가포르·대만·홍콩 당국도 프린스 그룹의 자금 세탁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역시 캄보디아를 ‘사이버 노예제와 스캠의 허브’로 지목하며 금융 블랙리스트 등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린스 은행 지점 앞. AFP연합뉴스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린스 은행 지점 앞. AFP연합뉴스

결국 훈 마넷 정부는 체제 유지를 위해 ‘꼬리 자르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는 2025년 12월 국왕 칙령을 통해 천즈의 국적을 박탈했고 중앙은행은 그의 체포와 동시에 자산 약 10억달러 규모의 프린스 은행에 대해 영업 정지와 청산 조치를 내렸다.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가치의 소멸이 결정타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천즈의 사기 조직과 연계된 암호화폐 지갑에서 약 150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막대한 자금이 이미 동결·몰수된 상황에서 ‘빈털터리’가 된 인물을 감쌀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제이콥 다니엘 심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연구원은 AFP에 “천즈 체포는 캄보디아가 범죄자를 비호해 얻는 이익보다 국제적 비난과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진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의 태도 변화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 온 사이버 사기 조직의 거물들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커지는 국내 여론의 압박과 함께 사법 절차를 중국의 통제 아래 두려는 베이징의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고 AFP는 9일 전했다.

초국경 조직범죄 감시단체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제이슨 타워 선임 전문가는 “이번 체포는 확실히 중국의 압박에 따른 결과로 물밑에서 조율된 조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천즈가 미국 법정에 서는 상황을 중국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심스는 “중국 정부 고위 인사들과 여러 연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은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천즈가 미국으로 송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고 밝혔다.

다만 천즈라는 상징적 인물의 체포만으로 동남아 온라인 사기 산업 전반을 해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미얀마 군부는 태국 국경 인근의 대형 사기 거점 ‘KK 파크’에 진입해 단지를 폐쇄했다고 발표했지만 KK 파크는 태국·미얀마 국경에 밀집한 수십 개 사기 단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동남아 전역에는 이 같은 시설이 수백 곳에 이르며 압박이 가해지면 조직이 다른 지역으로 신속히 거점을 옮길 수 있어 완전히 뿌리 뽑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