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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 종주국 살아도…한국 지하철역 앞 와플 맛은 그립네

입력 2026.01.10 16:00

  • 최윤정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벨기에 와플.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벨기에 와플.

많은 이들이 와플 하면 벨기에를 떠올리지만, 나는 소녀시대의 윤아가 떠오른다. 몇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그가 와플 전용 기계를 선보이며 한국에서 선풍적인 유행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와플은 사실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라기보다는 틀에 반죽을 넣고 구워내기만 하면 되는 평범한 디저트다. 와플 유행에 덩달아 종주국인 벨기에도 명성을 얻게 되다니. 아니, 이렇게 땡잡은 경우가 다 있나.

와플 기계 품절 대란에 이어 온갖 재료를 다 구워 먹는 한국인들을 보며, 역시 ‘발상의 민족’이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번 구워 먹다 보면 금세 뻔해지는 그 자리를 떡, 감자, 심지어 밥과 크루아상 생지까지 넣어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내더니, 지금은 그 열기가 조금 잦아든 듯하다. 한국에서 유행은 끝났지만, 벨기에에서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디저트가 바로 이 와플이다.

큰 틀에서 보면, 벨기에 와플은 두 종류로 나뉜다.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이다. 지역 명칭을 붙여 구분하는데, 역사와 레시피, 형태, 맛, 조리법 등 모든 면에서 판이하다. 브뤼셀 와플은 전통적으로 직사각형이며, 공기층이 많아 가볍고 바삭하다. 와플 위에 새겨진 홈의 크기도 넉넉해 초콜릿, 휘핑크림, 과일 등을 올려 맛을 변주하기 좋다. 반면 리에주 와플은 약간 동그란 형태를 띠며, 두껍고 묵직하다. 버터가 듬뿍 든 반죽에 설탕 알갱이가 박혀 있어 구워지면 바삭하게 캐러멜화된다.

무슨 와플이든 간에, 갓 구운 와플 냄새를 멀리서 맡는다면 마음을 재빨리 바꾸는 편이 낫다. ‘안 먹겠다, 보기만 하자’고 다짐해도 발걸음은 이미 그리로 향하고, 나도 모르게 와플을 손에 쥐고 있는 행복한 좌절을 맛보게 될 테니 말이다. 이 두 가지 와플 외에도, 겐트식 와플(브뤼셀과 리에주의 중간형)과 네덜란드 스트롭와플(작고 얇은 와플 사이에 시럽을 넣은 비스킷 형태) 등도 있다.

나른한 일요일, 심심한 입을 달래주기에 벨기에에서는 와플만 한 것이 없다. 그러던 어느 하루, 시어머니가 주말에 와플을 먹으러 오라고 전화하셨다. 와플은 약속을 잡아가며 먹을 정도의 음식은 아닌데, 분명 무슨 사연이 있으리라 예감했다. 어머니 집에 도착해 보니, 역시 와플 판 사이로 아지랑이 열기가 훅훅 피어오르는 업장용 와플 기계가 떡하니 세팅된 것 아닌가. 16명의 식솔을 한꺼번에 먹이려면 윤아가 쓰는 아담한 기계로는 얼토당토않겠지만, 붕어빵 기계 수준의 거물을 집안에 들여놓으실 줄이야. ‘아무렴, 벨기에 할머니라면 와플에 이 정도 진심은 돼야지’ 하면서도 세상의 할머니들은 어쩜 하나같이 손이 클까, 그 ‘국룰’에 잠시 섬뜩했다.

불어의 ‘고프레(Gauffre: 고프흐)’가 ‘와플’이라는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려주면서, 1990년대 추억의 고프레 과자(초코, 바닐라, 딸기 맛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가 내 ‘최애’ 와플이라고 고백하곤 한다.

또한 지하철 입구에서 팔던 생크림 와플도 빼놓을 수 없다. 부스러질 만큼 바삭하게 구운 동그랗고 넓은 와플 위에 최대한 얇게 바른 잼과 터질 듯 삐져나오는 생크림. 대단히 고급스러운 맛은 아닐지라도 한번 입에 대면 역시나 멈출 수 없는 그 맛. 정통 와플과 어쩐지 연결고리는 없어 보여도, 명색이 다 같은 이름의 와플 아닌가. 세상에 와플 종류는 너무나 많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벨기에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맛(취향)과 색깔은 논할 수 없다(Les gouts et les couleurs ne se discutent pas).” 와플이란 단어에 떠올릴 맛과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겠다. 추억의 고프레든, 지하철 입구의 생크림 와플이든. 하필, 고급스러운 버터 맛 가득한 와플의 본고장에 살고 있다 보니 내 취향 고백에 ‘넌 무슨 입맛이 그렇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하지만 수십년을 한결같이 고수해온 내 와플 취향이 뭐가 어때서. 맛과 색깔은 논할 수 없다잖아!

■최윤정

[나는 마담 부르주아]와플 종주국 살아도…한국 지하철역 앞 와플 맛은 그립네

‘부르주아’라는 성을 물려준 셰프 출신 시어머니의 자취를 좇으며 현재 벨기에에서 여행과 요리를 엮어내는 팝업 레스토랑 ‘tour-tour’를 기획·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choiri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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